“중국의 추격을 견뎌낸 기업만 살아남았다.”2013년 특정 분야에서 세계 1위였던 한국 중소벤처기업 63곳 중 35%가 생사기로에 놓였다는 본지 보도에 이근 중앙대 경제학부 석학교수가 내놓은 분석이다. 한국경제학회장이기도 한 그는 “남보다 먼저 자동화, 세계화에 성공하고 기술 변화에 맞춰 신시장을 개척했느냐가 생존 여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 1등이던 기업 중엔 액정표시장치(LCD) 회사와 조선 기자재 업체가 많았다. 총 26개로 한때 압도적 세계 1위에 올랐지만 2010년대 중반 중국의 추격에 힘을 잃었다.
해당 업종의 상당수 기업이 악전고투 중이다. 디스플레이 연마 장비에서 세계 1위를 지켰던 미래컴퍼니는 LCD 시장이 저물자 레이저 정밀 가공 장비, 복강경 수술 로봇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지만 아직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타코, 극동일렉콤 등 조선 기자재 업체들은 2010년대 중반 조선업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매각된 채 재기를 노려왔지만 뚜렷한 결실은 없다.
이 밖에 중국 변수로 과거 영광을 잃은 산업은 수두룩하다. 한국이 종주국인 전자식 도어록과 개인용 온열기는 값싼 중국 제품에 자리를 내줬다. 도어록 시장을 연 대양디앤티와 아이레보,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원조 격인 미건의료기는 중국 탓에 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63개 기업 중 11곳은 폐업이나 매각으로 자취를 감췄고 또 다른 11곳은 적자 상태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 평균인 5.6%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기업은 전체의 절반에 못 미치는 29개에 불과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산업을 위협한 중국의 추격만으로 1등 기업의 절반 이상이 무너지거나 평균 이하 기업으로 전락한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정부는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이내 제품인 한국의 ‘세계일류상품’이 2001년 55개에서 지난해 609개로 늘었다며 국내 산업 경쟁력은 여전하다고 진단한다. 이 수치는 한국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화장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노력의 산물이지만 이 역시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자세히 뜯어보면 철 지난 기술로 쪼그라든 시장에서 1위에 있는 ‘맹탕 1등 기업’도 허다하다.
게다가 한국 기업들은 중국 추격 외에도 관세 전쟁, 인공지능(AI) 전환이란 거대한 폭풍을 이겨내야 한다. 안으로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과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상법 개정 등 전대미문의 법적 리스크를 맞닥뜨리고 있다. 이런 내우외환의 위기를 뚫고 10년 후 세계 1등 기업 중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