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을 경우 투자자는 본인이 소유한 회사의 주식 전부 또는 일부를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에게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간의 투자 계약서에 흔히 들어가는 문구다. 여기서 이해관계인은 대개 창업자를 말한다. 회사가 창업자 귀책으로 망하면 거액의 VC 투자금을 갚아야 하는 빚쟁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크로스보더 법무법인 미션을 운영하는 김성훈 대표변호사는 “한국 스타트업 투자 계약에는 99% 이런 조항이 들어간다”고 했다. 주식회사 시스템의 근간인 유한책임제, 즉 기업의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명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관행이다.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이해관계를 파고들어 가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구조다. VC들은 기관투자가(LP)들의 눈치를 본다. LP들은 상당 부분 정부기관이 출자한 모태펀드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부기관들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 국회의원들은 “국민 세금을 가지고”라는 간단한 한마디로 투자의 성패를 재단한다.
한국 정부는 스타트업의 성공에 집착한다. 얼마나 많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만드느냐가 핵심 평가 지표다. 이재명 정부도 다르지 않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13일 “유니콘 기업을 50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23대 국정과제에 실패한 창업자를 지원한다는 내용은 없다. 실패하지 않는 스타트업은 성공률이 99.5%인 국책 연구나 다름없다. 지표에 얽매여 성공하기 쉬운 연구에만 매달리는 사이 진정한 발전은 도외시된다. 이래서는 모험 자본이라는 벤처 투자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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