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3일 서울시립미술관SeMA <영원히 교차하는 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바 카 바는 언어라기보다 리듬이자 호흡, 심장박동과 같다”며 “흘러내리는 조각은 우리가 중력과 함께 걷고, 춤추고, 놀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찾는 균형과 같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202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SeMA 공용 공간 프로젝트’의 네 번째 커미션 프로젝트. 브라질에서 크로셰(crochet·뜨개질에 쓰는 구부러진 바늘)로 안팎을 번갈아 엮은 구조물에 국내 다원에서 재배한 구아바잎과 차나무잎을 채워 제작했다. 나무줄기와 땅, 밤을 나타내는 갈색, 꽃과 한낮을 상징하는 핑크빛 산업용 면직물을 소재로 사용했다. 크로셰는 열 네살 무렵 그의 고모로부터 배웠다고.


이르네스투 네투는 감각과 신체, 자연과 사회의 연결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작가다. 대자연은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지만, 네투에게 그것은 예술의 도구가 아니라 예술 그 자체다. 중력은 그의 예술적 여정에 가장 오랜 친구이자 파트너였다. 폴리머 소재로 중력에 의해 흘러내리고 늘어지는 조각은 그의 대표 작품들이다. 기후 위기와 자연에 관한 서사를 풀어내는 현대미술가는 많지만 네투의 세계는 벌써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됐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네오콘크리티즘, 트로피컬리즘 등 브라질의 예술 운동을 이끌어온 그는 생물의 형태와 미니멀리스트 조각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다. 사람, 자연, 문화, 영적인 영감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아온 그다.
파리 판테온에서 전시된 ‘Leviathan Thot’(2006), 뉴욕 파크 애비뉴 아머리의 ‘Anthropodino’(2009), 취리히 중앙 기차역의 ‘Gaia Mother Tree’(2018), 카타르 도하에 있는 ‘Slug Turtle, TemplEarth’(2022) 등은 물론 지난 7월까지 파리 그랑팔레에서 선보인 ‘Nosso Barco Tambor Terra (Our Boat Drum Earth)’(2025)까지 그가 만드는 작품들은 그 스케일과 ‘체험 방식’ 모두 화제가 된다.


네투는 일찌감치 오감을 자극하는 예술을 주장하며 “내 작품을 만지고, 그 위에 눕고, 걷고, 듣고, (냄새를)맡아라”라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우리 몸속에선 한시도 쉬지 않고 세포들이 춤추고 있어요. 살아 있는 한 그런 것이죠. 지구의 에너지와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고 들이마실 수 있는 작품,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해먹’은 브라질 사람들에겐 생필품 같은 것인데,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해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중력과 생명체의 관계와 연결성을 찾아왔어요.”

그의 작품은 한없이 부드럽고 밝고, 또 즐겁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날카롭다. “탐욕스러운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자연에서 배우라고요. 왜 우리는 폭력과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사는 걸까요. ‘사랑’과 ‘균형’을 자연은 스스로 알고 있죠. 우리도 그래요. 내 목표는 사람들을 포용하고, 돌보고, 마치 아기를 안듯 끌어안는 것입니다.”

김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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