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 신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철승 변호사가 민사소송 1심서 4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성폭력범죄처벌법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누설)·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정 변호사는 지난 5월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대리했던 김재련 변호사는 26일 SNS에 올린 글을 통해 "고 박원순 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박 시장 유족을 대리했던 정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1심 판결이 지난 22일 선고됐다"면서 "정 변호사는 SNS를 통해 허위 사실 적시 등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고, 해당 불법행위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실형 선고가 됐고, 동 불법행위에 대해 정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4000만원 및 이자를 지급하라는 배상 판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성폭력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 제기하여 인용판결을 받는 금액에 비추어 볼 때 본 판결은 2차 가해 행위자에 대한 배상금액으로 4000만원이 인용되었다는 점에 그 의미를 두고 싶다"면서 "법원의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는 정 변호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정 변호사를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SNS상의 글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상태였고 피해자의 임명 시기와 시장 비서실 근무 시기, 진급과 보직 이동 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됐다"며 "서울시민 및 공무원 입장에서는 피해자 실명 등 인적 사항을 특정할 수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게시물 중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성고충을 들은 직원이 없다'고 적은 부분은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거짓"이라며 "피고인은 거짓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추단된다"고 판단했다.
또 게시글 상 '물증은 없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객관적 사실에 합치하지 않아 거짓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한 동기를 두고 '징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라고 적은 부분에 대해서도 "고인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본 사실이 있기 때문이므로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결정문만으로도 피해자의 고소 동기와 관련한 기재가 거짓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단정적으로 그와 다른 사실을 기재했다"며 "피고인의 고의에 의한 거짓의 사실을 적시한 데 해당한다고 인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을 쓴 동기 및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피해자를 비방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허위 사실에 의한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봤다.
그러면서 "성폭력 피해가 알려질 경우 피해자에 대한 비난, 가해 등 가능성에 비춰보면 높은 수준에서 보호돼야 한다"며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 사실도 인정된다고 봤다.
앞서 정 변호사는 2021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사실관계'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정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들은 객관적 증거가 없고 피해자와 참고인의 불확실한 진술에 근거했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피해자가 2015년 7월 비서 근무 당시부터 박 전 시장이 성추행했고, 2019년 7월 다른 기관으로 전직된 후에도 지속해서 음란 문자를 보내는 등 성추행했다고 주장하나 이 주장에 대한 물증은 없다"고 적었다.
피해자 측은 개인 신원 특정으로 2차 피해를 겪고 있다며 정 변호사를 경찰에 고소했고, 정 변호사는 2023년 8월 불구속기소 됐다.
정 변호사는 해당 판결에 "독재정권 시대에 민주화 인사들을 변호했던 변호사를 이런 식으로 처벌한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 매체에 기고 글을 통해 "해당 고소 사건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박원순 사건의 실체 진실을 보다 깊숙이, 보다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면서 "피해자, 김재련 변호사, 여성단체들이 사실상 아무런 근거 없이 박원순 시장을 강제추행죄 등으로 고소, 고발했고, 박 시장이 사망하자 언론플레이를 통해 박 시장을 혐오스러운 성범죄자라고 몰았다"고 주장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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