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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 마피아, 미국 IT 생태계를 장악하다 [팔란티어 마피아④]

입력 2025-09-01 09:22   수정 2025-09-01 15:12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곧 네트워크의 역사다. 한 기업을 거쳐 간 인재들이 흩어져 회사를 세우고, 다시 투자자로 돌아와 또 다른 생태계를 만든다. 이렇게 형성된 인재 네트워크와 창업 문화가 오늘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다.

시작은 1950년대 쇼클리반도체연구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랜지스터의 발명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윌리엄 쇼클리는 뛰어난 과학자였지만 독단적인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었다. 쇼클리에게 반발한 8명의 젊은 엔지니어들은 연구소를 떠나 1957년 페어차일드반도체를 설립했다.

이 8명의 엔지니어 가운데는 1968년 인텔을 창업한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가 있다. 유진 클라이너는 벤처캐피털 클라이너퍼킨스를 세워 훗날 구글과 아마존에 초기 자금을 댔다. AMD를 만든 제리 샌더스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이렇게 갈라져 나온 회사는 65곳이 넘는다. 이들은 전자공학 시대의 혁신을 이끌며 실리콘밸리 신화의 출발을 알렸다.

이 전통은 전자결제 기업 페이팔에서 다시 꽃을 피웠다. 2007년 포춘은 창업 멤버들을 ‘페이팔 마피아’라 부르며 조명한 바 있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결속력이 마치 마피아 같다는 이유였다. 페이팔 마피아에는 피터 틸(팔란티어)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테슬라·스페이스X), 리드 호프먼(링크드인), 채드 헐리·스티브 첸·자웨드 카림(유튜브), 제러미 스토플먼·러셀 시몬스(옐프) 등 세계 산업 지형을 바꾼 테크계 거물들이 존재했다.

팔란티어 마피아, 새로운 실리콘밸리 신화



페어차일드와 페이팔이 그랬듯 팔란티어도 또 다른 세대의 네트워크 신화를 만들고 있다. 팔란티어 출신들은 흩어져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세우거나 경영에 참여한다. 방산, 헬스케어, 핀테크, AI 등 다양한 산업에 그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선 이들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팔란티어 마피아’라고 부른다.

팔란티어는 2003년 피터 틸이 세운 빅데이터 분석 기업이다. CIA와 국방부를 주요 고객으로 삼아 테러 대응과 정보 분석을 지원하며 성장했다.

회사의 문화적 DNA를 상징하는 개념은 ‘전방 배치 엔지니어링(Forward-Deployed Engineering)’이다. 엔지니어들이 본사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직접 파견돼 문제를 해결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팔란티어의 엔지니어들은 미국 중서부의 공단부터 오만이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분쟁지역까지 파견됐다고 한다. 이 경험은 창업 시장에 뛰어든 팔란티어 출신들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

팔란티어에서 투자자관계(IR)를 맡았던 루바 레시바는 ‘팔루미니 VC’를 운영하며 동문 기업에 투자한다. 그는 WSJ 인터뷰에서 “팔란티어 출신들은 지금까지 350개 이상의 회사를 세웠다”며 “사막이나 중서부의 공단에 던져져도 서버와 드라이버만 있으면 버티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안두릴에서 페레그린까지, 확장되는 팔란티어 DNA
팔란티어 마피아가 세운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회사는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다. 트레이 스티븐스, 맷 그림, 브라이언 심프 등 팔란티어 출신 3명이 창업에 참여했다.

안두릴의 이름은
팔란티어와 마찬가지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검에서 따왔다. 안두릴은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안두릴은 자율 무기 시스템을 앞세워 전통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 등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AI 드론, 무인잠수정, 자율 방어 플랫폼을 통해 전투기·헬기 같은 무기를 대체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업가치는 지난 6월 기준 305억 달러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WSJ는 “안두릴은 벤처 자본이 국방 테크로 유입되는 전환의 상징과 같은 회사”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방 산업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안두릴의 성공은 국방·우주 스타트업 전체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란티어의 현장 배치 문화는 다른 분야로도 확장됐다. 팔란티어에서 특수작전부대 파견 프로젝트를 이끌던 닉 눈은 2017년 데이터 분석 기업 페레그린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페레그린은 고도화된 데이터 툴을 통해 직접 살인사건 피의자 동선을 추적하기도 했다. 페레그린은 올해 3월 기업가치 25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팔란티어 마피아의 새로운 무대


개리 탄은 팔란티어의 10번째 직원이었다. 그는 금융 분석 제품 초기 버전을 개발했고, 팔란티어의 로고 디자인을 맡았다.

2012년 그는 벤처캐피털 이니셜라이즈드캐피털을 공동 설립했다. 코인베이스, 인스타카트, 플렉스포트, 리플링, 패트리온 등 굵직한 기업에 투자했다. 그가 키운 회사들의 누적 가치는 2000억 달러를 넘는다. 이 성과로 포춘은 그를 ‘비즈니스를 변화시키는 100인(2025)’에 선정했다.

현재 그는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YC)의 CEO다. YC는 ‘스타트업의 하버드’로 불린다.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레딧, 스트라이프 등 혁신 기업이 모두 YC 출신이다. 누적 기업가치는 6000억 달러, 배출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만 100개가 넘는다. YC는 자금 지원뿐 아니라 멘토링, 네트워크, 데모데이 기회를 제공하며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의 사관학교로 자리 잡았다.


멜로디 힐데브란트는 팔란티어에서 사이버보안과 자금세탁 방지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이후 21세기폭스를 거쳐 현재는 폭스(FOX Corp)의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이자 블록체인 크리에이티브 랩스 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보이콧 논란에도…테크계의 ‘골드만삭스’


팔란티어 네트워크는 때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구글이 2024년 ‘올해의 앱’으로 선정한 이벤트 플랫폼 ‘파티풀(Partiful)’이 대표적 사례다. 파티풀은 미국 Z세대 사이에서 ‘힙한 초대장’으로 불리며 성장했다. CNBC에 따르면 파티풀의 올해 1분기 월간활성사용자(MAU)는 전년 대비 400% 증가해 평균 5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 5월 창업자 슈레야 머시와 조이 타오 등이 팔란티어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팔란티어는 미 국가안보국(NSA)의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과 이민세관집행국(ICE)의 추방 정책 등에 기술을 제공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예술계를 중심으로 파티풀 보이콧 운동이 불었다.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불신을 키웠다. 파티풀은 생일, 연락처, IP, 위치 등 민감한 정보를 수집한다. 약관에는 “익명·집계 데이터를 제3자에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비영리단체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EPIC)는 이를 두고 “너무 포괄적이라 남용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테크계의 사관학교라 불리지만 동시에 풀기 어려운 정치적·윤리적 ‘짐’을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팔란티어 마피아에 쏠린다. 로스 푸비니 XYZ캐피털 창업자는 “최근 몇 년간 팔란티어 마피아에 대한 VC 관심이 꾸준히 높아졌고 특히 지난해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그들은 어려운 산업에서 예외적인 회사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과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팔란티어 마피아가 세운 회사는 지금까지 3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평균 기업가치는 8억 달러에 달한다. 제품 관리자 넷 중 한 명은 창업자가 됐다는 통계도 있다. 앨릭스 카프 팔란티어 CEO는 지난 8월 5일(현지 시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팔란티어 경험은 테크 업계 최고의 이력”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콘페리의 수석파트너 디팔리 비야스 역시 “(팔란티어의) 신입들은 업계 최고 인재들과 협업하며 실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팔란티어는 기술 산업계의 골드만삭스”라고 평가했다.



고송희 인턴기자 kosh1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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