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이 프랑스 대표 백화점에 잇따라 입점하며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기업 한섬은 프랑스 파리 사마리텐과 갤러리 라파예트에 각각 타임 파리, 시스템옴므 매장 개점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오는 30일부터 두 달간 사마리텐에서는 타임 파리의 첫 글로벌 팝업 매장을 운영한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사마리텐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인수해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친 뒤 2021년 재개장한 곳으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경쟁하는 핵심 입지다. 지난해 한섬이 파리에서 현지 바이어를 불러 단독 발표회를 연 뒤 호평받은 것이 이번 팝업 매장 개점으로 이어졌다.
내년 1월에는 프랑스 최대 백화점 체인 라파예트에 시스템옴므 정식 매장이 들어선다. 한섬은 지난해 파리 마레지구에 시스템과 시스템옴므 글로벌 플래그십스토어를 열고 현지 바이어 네트워크를 넓히며 영업망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에서 1년간 선보인 시스템 팝업 매장은 보통 3개월 수준인 계약 기간을 크게 넘어선 장기 운영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매장 인근에 있는 아미, 꾸레쥬 등 인기 브랜드와 경쟁했음에도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며 정식 입점의 발판이 됐다.
한섬은 파리 패션위크에 2019년부터 7년 연속 참가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2014년 문을 연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 파리 매장은 최근 시스템 플래그십스토어로 전환돼 현지 고객 확보와 글로벌 쇼룸 역할을 하고 있다.
타임 역시 글로벌 공략을 위해 전담 조직을 꾸리고 지난해 타임 파리 라인을 선보였다. 프랑스 내 여러 백화점과 정규 입점을 협의하고 있으며, 영국 해러즈 백화점 등 해외 유통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계약도 추진 중이다.
이번 성과는 지난 10여 년간 이어온 해외 시장 개척의 결과다. 한섬은 201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 패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주요 도시에서 바이어를 대상으로 발표회를 열었다. 2012년에는 ‘타임’과 ‘마인’을 앞세워 중국 백화점에 입점했지만 현지 소비 패턴과 맞지 않아 수익성 확보에 실패했다. 이런 경험은 무작정 해외 매장을 늘리기보다 패션 수도 파리에 집중해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한섬 관계자는 “유럽을 넘어 북미, 아시아로 진출 지역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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