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가 주식 거래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안이 실현된다면 2012년 이후 13년여 만의 인하다. 수수료가 인하될 경우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에 빼앗긴 시장 점유율 일부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되고, NXT가 거래량 상한 규제인 이른바 '15%룰'에 걸려 거래 중단 종목이 속출하는 문제도 완화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풀이한다.
28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자체적으로 주식 거래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내부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매매체결 수수료는 NXT보다 20~40%가량 높다. 한국거래소는 건당 0.0023%이며 NXT는 0.00134~0.00182%다.
한국거래소가 거래 수수료 인하 카드를 검토하게 된 배경엔 빠르게 몸집을 불린 NXT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선 풀이한다. 실제 이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NXT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약 1억8460주로 한국거래소(11억6323만주)의 15.87%에 달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8.5%에 불과했는데 약 4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거래·청산결제 수수료는 전년보다 2.4% 늘어난 4837억원을 거뒀으나 올해는 NXT와의 경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가 거래 수수료를 인하하면 NXT의 거래량 급증으로 일부 종목에 거래 중단 조치가 취해진 상황도 일부 경감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NXT에서의 거래 중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거래소·NXT·금융위 등이 참여한)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에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한국거래소가 자체적으로 (매매체결 수수료 인하를) 검토해 (당국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제7조의3 제2항)에 따르면 NXT는 최근 6개월간 하루 평균 거래량이 한국거래소의 15%를 넘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지키기 위해 NXT는 YG플러스 등 26개 종목의 거래를 선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다음달 1일엔 53개 종목을 추가한다.
현재 투자자가 주문을 넣으면 두 거래소 중 더 유리한 조건인 곳으로 체결해주는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이 구축돼 있다. 이에 그간 수수료가 더 낮은 NXT로 자금이 대거 이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 속 한국거래소가 수수료를 인하하면 일부 자금이 재유입돼 NXT의 거래 중단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거래량 15% 규제는 비율 산출의 분모가 한국거래소의 거래량이기 때문이다.
NXT의 수수료가 더 저렴해 대규모 거래를 수행하는 기관투자가가 일부러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에 주문을 넣는 측면도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투자자와 달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다루는 거래는 규모가 커 수수료가 중요하다"며 "그런데 정규장에서는 (SOR 때문에) 한국거래소와 NXT 중 어느 곳을 직접 선택할 수 없어 아침 프리마켓에 많이들 주문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거래 수수료 인하를 결정하면, 금융위 산하 시장효율화위원회를 통해 해당 안건을 심의·확정하게 된다. NXT 거래 중단 종목이 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이 같은 방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란 시각도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매매체결 수수료 인하를 통해 거래소 간 경쟁으로 소비자 편익이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NXT가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것이란 당초 설립 취지에도 부합한다.
또한 최근 NXT의 일부 종목 거래 중단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기대로 증시가 반짝 급등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란 시각도 있다. 그만큼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검토안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라며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한국거래소가 거래 수수료를 인하할 경우 NXT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금융당국이 우려할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NXT는 현재도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거래소의 수수료가 낮아지면 NXT의 경쟁력이 지금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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