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한·미 정상회담과 미 금리 향방을 엿볼 수 있는 잭슨홀 이벤트가 끝나면서 불확실성이 줄었음에도 '노란봉투법'이 예상보다 큰 변수로 작용하면서 요동치고 있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파격적으로 확대한 노란봉투법에 국내외 투자자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관련법에 민감할 수 있는 조선주와 자동차주가 약세를 나타냈다. 반면 노사리스크 확대의 수혜주로 꼽히는 로봇주는 연일 급등세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수혜주로 예상됐던 조선주는 전날 줄줄이 급락했다.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한화엔진 등이 2~6%대 약세를 나타냈다. 당초 조선주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주연으로 꼽히면서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됐다.
전날 현대차와 기아도 각각 1.13%와 1.15% 하락했다. 그나마 현대차와 기아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 하락을 1%대로 막았다. 국내 증시 대표기업 삼성전자 역시 경제사절단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1.4% 내렸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은 조선과 자동차업종의 노사 구조가 '노란봉투법'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증권가의 분석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구조조정 같은 경영 판단도 쟁의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한다.
JP모건은 노란봉투법에 의해 중장기적으로 노조 협상력이 커지는 만큼 국내 생산 비중과 인건비 등이 높은 업종의 경우 해당 법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조선업종은 내년부터 임금·단체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자동차 업종의 경우 사용자 개념이 넓어지면서 원청과 하청, 부품사 간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생산 비중이 큰 기업의 경우 외주 또는 인건비가 상승할 수 있어 기업 감익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요인 때문에 증시에서 자동화·스마트물류 등의 수혜를 받는 로봇주는 일제히 급등하면서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사흘 간 레인보우로보틱스(14.21%), 로보티즈(33.38%), 유일로보틱스(23.44%), 휴림로봇(11.98%), 두산로보틱스(10.25%), 코닉오토메이션(46.77%) 등이 급등했다.
로봇주의 상승은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생산체계에서 로봇의 도입과 생산설비 자동화에 더 빠른 속도로 나설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노란봉투법으로) 조선·자동차 등 국내 제조 업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로봇 자동화 수요는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로봇주가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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