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방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밝힌 비핵화 구상과 관련해 "비핵화 망상증에 걸린 위선자"라고 맹비난했다. 다만 매체는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개최 여부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27일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내고 "한국의 이재명이 위선자로서의 자기의 본색을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이같이 밝혔다. 통신은 "이재명은 연설에서 한미동맹을 안보 환경변화에 발맞춰 현대화해나가겠다느니 누구의 도발에 한미 양국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느니 하는 넋두리를 늘어놨다"고 했다.
통신은 "(이 대통령은) 심지어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라고 우리를 심히 모독했다"며 "나중에는 가당치도 않은 비핵화에 대해 떠들어댔다"고 했다. 이어 "한국을 왜 적이라고 하며 왜 더러운 족속들이라고 하는 가를 보여주는 중대한 계기와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로 됐다"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CSIS 초청 강연에서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해 이젠 재진입 기술의 마지막 단계만 남겨놓고 있다"며 "강력하게 제압하되, 미국에 현실적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거의 개발됐으며, 매년 10~20개 핵폭탄을 만들 역량을 키웠다며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은 억압하는 것으로만 해결되지 않고 적절히 관리할 수단도 필요하다"며 "북한과 대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통신은 이날 "한국은 우리에 대한 대결 정책을 국책으로 정한 철저한 적대국"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마치 조한관계를 회복할 의사가 있는 듯이 돌아댔지만, 집권 80여일만에 본심을 감추지 못하고 대결광의 정체를 낱낱이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외부로부터의 적대적 위협과 세계안보 역학구도의 변천을 정확히 반영한 필연적 선택"이라고 했다.
통신은 "이재명이 '3단계 비핵화'이니, 비핵화니 뭐니 하며 후론하는 것은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잡아보겠다는 것이나 같은 천진한 꿈에 불과하다"며 "이재명이 비핵화 망상증을 유전병으로 계속 달고 있다가는 한국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신이 이날 한·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서 침묵한 것을 두고 북한이 한미에 대한 분리 대응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에 대한 침묵은 지도자 간의 개인적 친분을 감안하더라도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향후 한국 패싱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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