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달러 패권이 전통 금융을 넘어 디지털 금융 질서에서도 고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글로벌 발행사들의 전략이 이를 뒷받침했다. 서클은 규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USDC를 발행해 시장 신뢰를 확보했고, 테더는 담보물 등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거래 편의성을 무기로 USDT 점유율을 확대했다. 규제를 기다리기보다 실행에 나서고, 이후 제도가 이를 따라가는 방식이었다. ‘실행 우선, 규제 후속’이라는 접근법이 시장 독주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준비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은행권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검토했고, 네이버페이와 업비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협업을 논의 중이다. 일부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자체 발행 스테이블코인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입장은 분명하다. 제도적 방향만 제시되면 곧바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제 불확실성은 대규모 투자와 상용화를 가로막고 있다. 그 결과 활용처를 찾는 질문만 공허하게 반복되고, 실제로는 글로벌 무대에서 원화의 존재감이 공백으로 남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디파이 시장에서도 기회가 존재한다. 2025년 글로벌 디파이 예치자산(TVL)은 약 1236억 달러로 집계됐다. 스테이블코인이 디파이 시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가운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원화 기반 금융상품을 제시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
한류 콘텐츠 산업도 유망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액은 약 30억9782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했다. 글로벌 팬덤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결제할 수 있다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확보할 수도 있다.
유럽연합(EU)이 가상자산 시장 규제 법안(MiCA)을 통해 역내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칙을 명확히 한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국제 규제 환경과의 정합성을 고려한 제도 설계 없이는 국내 발행자가 글로벌 무대에 진입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 민간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을 마련하고, 글로벌 적합성을 확보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실험적 금융상품이 아니다. 차세대 금융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지금, 질문만 하고 있다면 시장 참여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실행의 과제가 됐다”며 “세계가 이미 달리고 있는 만큼 한국은 더 늦기 전에 논의에서 실행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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