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이스X가 초대형 로켓 ‘스타십’의 열 번째 시험 비행에서 처음으로 위성 모형을 방출하는 데 성공했다. 스타십으로 스타링크 위성 약 100기를 단숨에 쏘아 올려 저궤도 위성망을 빠르게 구축하려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야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귀환 과정도 완벽에 가까웠다. 스타십을 지구 밖으로 밀어 올리는 ‘밑동’ 격인 슈퍼헤비 부스터는 분리 직후 안정적으로 회전하며 추진을 제어한 끝에 발사 6분 뒤 멕시코만에 무사히 착수(스플래시다운)했다. 상단부 역시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열 차폐 기능을 검증한 뒤 인도양에 부드럽게 착수했다. 연속 폭발로 불안정했던 과거 시험 비행과 달리 이번에는 발사부터 위성 배치, 착수까지 모든 과정이 계획대로 이뤄져 스타십의 운용 신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스타십은 설계상 화물을 최대 150t 실을 수 있다. 차세대 스타링크 위성 기준으로 약 100기를 한 번에 발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력으로 쓰이는 팰컨9은 20~30기를 탑재할 수 있는데 스타십이 본격 투입되면 3~5배 더 많은 위성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다. 소형 트럭만 있던 우주 수송 시장에 대형 컨테이너선이 등장한 셈이다.
위성 인터넷은 유선망 설치가 불가능한 오지, 도서 지역, 전쟁·재난으로 지상 인프라가 마비된 상황에서도 안정적 통신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세계 통신 지형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다. 예컨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지상 통신망이 마비됐을 때 스타링크 단말기가 군과 민간 통신망 유지에 큰 역할을 했다.
10차 발사에서 스타십은 우주 수송 체계로서 가능성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일찍 실패하고 빠르게 배우자’(Fail fast, Learn fast)는 스페이스X 철학이 빛을 발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 CEO는 스타십 발사를 이틀 앞두고 “6~7년 후에는 스타십이 24시간 안에 24번 발사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조만간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스페이스X는 2023년 한국 법인 스타링크코리아를 설립하고 SK텔링크, KT샛과 국내 유통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6일에는 스타링크의 핵심 장비인 위성 안테나가 국립전파연구원의 적합성 평가를 통과했다. KT샛 관계자는 “최종 점검 단계를 거쳐 연내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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