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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정치·노사 갈등에…끊어진 '사회적 대화', 이재명 정부가 되살릴까

입력 2025-08-27 17:48   수정 2025-08-28 01:51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중심으로 짜인 사회적 대화 틀을 전면 개편한다. 정년 연장, 주 4.5일 근무제 등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체에 빠진 사회적 대화를 되살린다는 취지다. 국회가 특정 논의를 주도하는 등 대화 채널을 다변화, 중층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의 발언권만 대폭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노사정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성공적인 제도 개편을 끌어낸 국내 대표적인 사례는 1998년 외환위기(IMF) 때 ‘사회적 대타협’이 거론된다. 당시 국가 부도 위기를 앞둔 노동계는 정리해고와 파견제 등 경영계가 요구한 노동시장 유연화 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노동계는 그 대가로 고용 안전망과 사회보장제도를 개선했다. 1998년 2월 ‘2·9 사회적 협약’으로 정리된 이 합의 후 그해 7.0%까지 치솟은 실업률이 이듬해 6.3%로 떨어졌다. 이 성과로 1999년 5월 ‘노사정위원회법’이 제정되며 사회적 대화가 제도화됐다.
◇ 기능 못 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
하지만 이후 노사정 대화는 순탄치 않았다.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선 주 5일제, 복수노조 허용 등 주요 제도 개편을 끌어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대화 참여를 거부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정치 양극화와 노사 대립으로 노사정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꽉 막혔던 노사정 관계는 노동시장 개혁을 화두로 내건 박근혜 정부에서 풀릴 기미가 보였다. 2015년 노사정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9·15 노사정 합의’를 도출했다. 당시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청년 고용 확대와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경제계가 요구한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를 일부 받아들였다. 노동계는 실업급여 확대와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등 고용 안전망 강화라는 대가를 챙겼다. 당시 정부는 1998년 이후 사회적 대화로 이뤄낸 최대 성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노동계가 저성과자 해고 요건 완화 등 조치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결국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합의 파기 선언을 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노동 개혁이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을 앞당겨 국정농단 특검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내린다.

사회적 대화 기구는 진보 정부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노동 친화’를 내건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대화 정상화를 앞세워 2018년 노사정위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정부 측 들러리가 될 수 있다며 대화 참여를 끝내 거부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노정 갈등이 심화하면서 경사노위는 사실상 ‘식물 기구’로 전락했다. 경사노위가 도출한 사회적 합의 건수는 2020년 12건에서 최근 5년간 연간 1~2건 수준으로 급감했다.
◇ 정부 주도 대화의 한계

한국의 노사 대화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정부 주도’라는 구조적 한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답을 미리 정해놓고 합의를 압박한다는 주장이다. 노사 대표들은 정부가 사전에 맞춰놓은 일정과 방식에 따라 합의를 종용당하는 ‘거수기’로 전락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적 대화 선진국인 유럽에선 정부 관여를 최소화한다. 벨기에는 노사 대표만 의결권을 갖는 전국노동위원회(CNT)를 운영한다. 네덜란드는 노·사·전문가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사회경제위원회(SER)를 두고 있고, 프랑스는 정부를 배제한 채 노사 중심으로 합의를 끌어낸다.

노사 대화 주체의 대표성도 왜곡돼 있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 설립 이후 2021년까지 임명된 근로자 위원 347명 중 한국노총 출신이 310명(89.3%)에 달한다. 노사정 대화 참여를 거부해온 민주노총 출신도 15명(4.3%)이다. 양대 노총 소속이 아닌 사람은 22명(6.4%)에 그친다. 노동계의 불참, 잦은 이탈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사회적 대화와 상관 없는 노정 갈등에도 불참을 선언하고 선심 쓰듯 복귀하는 패턴이 고착화하면서 신뢰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는 거부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 등 정부 협의체에선 노동계 지분을 요구하며 참석한다.
◇ 노동계 패스트트랙 전락하나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주도로 사회적 합의 틀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경사노위를 개편하고 동시에 ‘중층적 사회적 대화 모델’을 구축한다. 국회 내 사회적 대화를 지원하고 지역·업종별 사회적 대화도 제도화할 계획이다. 개별 사업장에서도 ‘근로자 대표제’를 법제화해 비정규직·파견직·사내하청 근로자의 참여를 보장한다. 업종별 대화에서는 택배·건설·돌봄 서비스 등 직역별 현안을 다룬다. 지역별 대화 채널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노사가 해당 지역의 노사 현안을 맞춤형으로 논의한다. 국회가 사회적 대화의 주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경제계에서도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처럼 경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가 노사 간 합의 절차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 기구를 재편하는 과정에 오히려 노동계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노동 존중’을 표방한 거대 여당이 친노동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노사관계 지형에선 노동계의 급진적 요구가 곧바로 입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계 고위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 기구 개편은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며 “노동계의 요구가 거대 여당인 민주당을 통해 입법화하는 ‘패스트트랙’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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