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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안에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을 법제화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데, 소위 ‘직무급제’까지 거론되면서 노동계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도 인정한 원칙…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은 위법
사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이미 여러 법률에 명시돼 있다. 「근로기준법」은 성(性)·국적·신앙·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과 기간제 근로자 간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한다. 또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직접 고용된 근로자와 파견근로자 간 차별을 금지한다.특히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보다 직접적으로 천명하고 있다.대법원은 이 규정이 남녀 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국립대가 전업·비전업 시간강사를 구분해 강의료를 달리 지급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19년 3월 14일 선고 2015두46321 판결). 전업 여부는 시간강사의 근로 내용이나 질과 직접적·논리적 관련이 없고, 급여 차별은 단순히 예산 절감을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본 것이다.
이처럼 기존 법령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근로 내용과 무관한 사항을 근거로 한 차별, 즉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 정규직·기간제·파견직·비전업 등 소위 ‘고용 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이 대표적 위법 사례다.
호봉제 흔들리나…직무급제 도입 논의에 긴장하는 노동계
그렇다면 이 원칙에 반하지 않는 경우는 무엇일까. 첫째, 업무 내용 자체가 다르면 동일노동으로 볼 수 없으므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 업무는 같더라도 책임과 역할이 다를 경우 차별로 보기 어렵다. 예컨대 팀장과 팀원이 함께 일해도 팀장의 역할과 책임이 더 크므로 더 높은 급여가 정당화될 수 있다. 셋째,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근로자의 기술·경력·근속연수·학력 등이 다르면 노동의 질이 달라 동일노동으로 평가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업장에서 직급·근속연수·학력에 따라 호봉과 급여를 달리 책정하는 것이 별다른 문제 없이 인정된다.문제는 이러한 기존 법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입법이 이뤄질지 여부다. 특히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경력이나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호봉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전문적이고 복잡한 업무는 경력이나 근속연수에 따른 노동의 질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단순 업무에서는 그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호봉이 아닌 직무 내용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직무급제’가 논의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호봉제에 따른 급여 인상이 인정되지 않아 전체 임금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법제화가 현실화되면 현재 허용되는 차등 처우가 금지된다. 누군가는 급여가 오르고 다른 누군가는 줄어들 수 있다. 당장이 아니더라도 향후 임금과 기업 재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엇을 금지할지에 대한 명확한 필요성과 사회적 합의 없이 섣부른 법제화는 혼란만 불러올 수 있다. 정치적 필요에 쫓겨 법제화를 추진해서는 안 되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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