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우리나라가 60% 온실가스 감축(2018년 대비)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최현태 연구원과 박상인 교수, 카이스트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전해원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한 통합평가모델링 분석 연구(High-ambition climate action in all sectors can achieve a 60% greenhouse gas emissions reduction in Korea by 2035) 결과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2035년까지 해외 감축 수단을 쓰지 않은 국내 정책만으로도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60% 감축할 수 있다. 연구진은 “국제 탄소시장 활용 없이도 실현 가능한 최고 수준의 국내 감축 경로를 도출해 내었다”며, 현 정부가 출범 직후 제출을 앞두고 있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이런 현실적이면서도 진전된 조치들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지난 4월 한국의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과 미국 메릴랜드대학교가 함께 분석해 도출한 가능 목표인 61%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국제 학술지에서 동료평가를 진행중인 이 논문은 지구과학 분야에서 학술지 게재 전 논문을 일부 공개하는 ‘어스 아카이브(Earth Arxiv)에 프리프린트(Preprint) 형태로 게시되었다.
유엔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계획을 게 9월까지 제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2035 NDC’와 관련해 9월 중 정부 초안을 만들고 10월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이 이번에 제출할 NDC는 향후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현재의 정책 기조로는 2030년 감축 목표 달성조차 불확실하다”며 “정부가 2035년 목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 맞춤형 통합평가모형인 GCAM-ROK(Global Change Analysis Model for Republic of Korea)를 활용해 전력, 산업, 건물, 수송, 농업, 폐기물 등 전 부문의 정책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정책 조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2035년 석탄발전 전면 폐지 ▲연간 4GW 수준의 해상풍력 보급 확대 ▲고로(용광로) 수명 연장 금지 및 전기로·수소환원철 확대 ▲제로에너지건축(ZEB) 강화와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을 포함한 ‘진전된 목표 시나리오(Enhanced Ambition Scenario)’에서 60% 감축 경로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부문별 감축 잠재력도 분석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전력 부문은 전체 감축의 절반 이상(236.8 MtCO2e)을 차지하며, 산업 부문은 고로 중심의 제철 구조를 전기로 및 수소 기반 기술로 전환하는 등 산업계 전반의 탈탄소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경우 33.7% 감축이 가능하다. 수송 부문에서는 2035년 신규 차량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수소차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건물 부문은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와 고효율 설비 확산, 농업·폐기물 부문은 메탄 감축을 위한 축산 관리와 폐기물 자원화 강화가 핵심 과제로 꼽혔다.
서울대·카이스트 연구진은 이번 논문이 “목표 제시를 넘어 실제 달성 가능한 최고 수준의 경로를 정량적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2035년 석탄 조기 폐지와 재생에너지 대규모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정량적 근거를 제시한 것은 정책 논의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논문은 또한 2035년 감축 경로 달성이 단순히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안보 강화·신산업 육성·국제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재생에너지와 청정산업 전환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기회이자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차기 정부가 이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화된 감축 목표는 총 전환비용을 최소화하고 정책 예측성을 높여, 민간과 금융의 투자를 촉진하는 실질적 정책 수단으로 작동한다. 이는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산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산업·수송 부문 감축 시너지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여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어린이와 청소년 등이 낸 ‘기후소송’에 대해 아시아 최초로 정부의 부족한 기후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에 부족하다고 결정을 내렸다. 또 한국 정부에 과학적·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공정한 분담을 요구함에 따라, 한국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한국의 2035년 NDC 제출 시점이 올해 10월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순한 시한 준수보다 실현가능한 최고수준의 목표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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