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100달러짜리 지폐를 꼭 챙긴다고 한다. 며칠 동안 묵을 호텔 방 청소 팁으로 한 장씩 남기기 위해서다. 왜 100달러일까. 보통 사람처럼 5달러를 놓으면 ‘짠돌이’란 수군거림이 걱정되고, 그렇다고 500달러를 주는 건 ‘씀씀이가 크더라’는 뒷말이 부담스러워서가 아닐까. 삼성 사람들은 팁 100달러에 대해 외부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이 회장이 찾은 타협점이라고 말한다.많은 사람이 이 회장에 대해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고 하지만, 실제 그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삶은 타협의 연속이었다. 2014년 삼성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죽 그랬다. 법원에 185차례나 불려 나가고, 207일을 영어의 몸으로 지내면서 운신의 폭이 줄어든 탓이다.
이 회장의 대외 이미지가 ‘냉철한 경영자’보다 ‘셀럽’(유명인)에 가깝게 된 배경이다.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는 그가 삼성과 한국 경제의 미래를 논하는 건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반 사람들의 머릿속엔 TV 뉴스에서 본 ‘2000원짜리 립밤을 바르고,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 한국 최고 부자’란 이미지만 남게 됐다.
하지만 삼성 임원들이 말하는 이 회장의 진면목은 다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글로벌 거물들과 교류하며 미래를 그리는 건 기본이다. 내외부에서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경영진에게 구체적인 지시도 내린다고 한다. 가려져 있는 경영 성과도 적지 않다. 가전이나 TV보다 영업이익을 더 많이 내는 자동차 전자장비 업체 하만 인수(2017년)가 대표적이다.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바이오는 이 회장이 직접 낙점한 미래 사업이다. 최근 대규모 수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파운드리 역시 이 회장이 공들인 사업이다.
사람들은 위기에 처한 삼성에 가장 필요한 게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구심점을 잃은 삼성맨들에게 “내가 앞장설 테니 함께 뛰자”는 총수의 한마디는 두둑한 성과급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터다. 그렇게 모든 임직원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삼성의 저력은 다시 살아날 게 분명하다.
두 달 뒤면 이 회장 취임 3주년, 선대 회장 5주기다. 마침 10년을 괴롭혔던 사법 족쇄도 풀렸다. 이 회장이 그리는 삼성의 미래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재도약을 선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점이다. 이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삼성을 반석 위에 다시 올리는 건 한국 대표 기업인으로서의 책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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