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정부는 은행과 증권사 등 보이스피싱 범행에 사용된 계좌를 관리한 금융사들이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영국과 싱가포르 등 금융사의 무과실 책임을 인정하는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비대면금융사고 책임분담’ 규정에 따르면 금융사는 피싱 앱이나 해킹 등으로 인증장치가 뚫려 피해를 본 경우에만 배상한다. 범죄자의 협박·기망으로 피해자가 직접 돈을 이체했을 땐 금융사가 배상을 하지 않는다. 범인이 검거된다고 해도 피해자는 현실적으로 돈을 돌려받기 쉽지 않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보이스피싱에 대해) 금융사들이 고객의 피해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금융사에 사회적으로 위험을 분담시키는 만큼 관심과 책임을 더 가져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카드 시장은 기업이 카드 부정 사용 피해를 상당 부분 떠안은 덕분에 카드 거래가 활성화됐다”고 했다.
정부는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대포폰이 대량 개통되면 통신사 등록 취소나 영업 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한다. 대리점 등이 한 번이라도 고의·중과실로 대포폰 개통을 묵인한 경우 위탁 계약을 해지하도록 강제할 방침이다. 외국인의 개통도 기존 2회선에서 1회선으로 제한한다.
스마트폰 악성 앱 차단 체계도 구축한다. 먼저 대량문자 전송 서비스 사업자가 ‘악성 문자 탐지·차단 시스템(X-ray)’을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2차로 통신사가 피싱 문자를 감별해 해당 인터넷 주소 접속을 차단하고 전화번호 위변조 여부도 확인하도록 할 방침이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력해 개별 단말기에서도 피싱 문자 등을 걸러낸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구글·삼성전자와 협의해 악성 앱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범인 검거를 위해 경찰은 수사 인력을 400여 명 증원해 전담수사체계를 갖춘다. 시·도경찰청에 피싱범죄 전담수사 조직을 설치해 221명을 투입하고 형사기동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도 인력을 100명 안팎씩 증원한다. 내년 1월까지 5개월간을 ‘보이스피싱 특별 단속기간’으로 지정해 집중 단속한다. 법무부 주관 ‘해외 보이스피싱 사범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해외 체류 총책급 범죄자의 검거 및 피해금 환수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이현일/류병화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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