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인천 영종도. 불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두 장소에서 여야 의원들이 연찬회를 열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화려한 조명이 빛나는 5성급 호텔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제1야당 국민의힘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다. 같은 인천, 같은 1박 2일 일정이지만 '장소의 격차'가 새삼 화제를 모았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1박 일정으로 파라다이스시티 컨벤션센터에서 국회의원 워크숍을 진행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카지노와 대형 컨벤션 시설을 갖춘 5성급 호텔로, 일반 숙박객이 묵기 위해서는 성수기 기준 1박 50~6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성수기가 끝나는 9월 중순 이후에도 1박 객실 요금이 40만원에 달한다.

민주당은 지난해 워크숍은 인근에 있는 네스트호텔에서 열었다. 성수기엔 30만원대, 성수기가 끝난 뒤엔 1박에 10만원대 중반 정도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민주당이 여당이 된 뒤 장소를 '격상'하며 거대 집권 여당의 체급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국민의힘은 같은 기간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항공교육원에서 국회의원 연찬회를 열었다. 호텔과 달리 단체 합숙·교육에 최적화된 시설로, 실용적이고 단출한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에도 이곳에서 연찬회를 진행했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여당은 옆에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연찬회를) 한다고 하는 데 1박에 수십만 원, 50만 원도 더 한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우리는 이제 여당이 아니고 야당이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최대한 투쟁해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하나로 똘똘 뭉쳐 집권 여당의 입법 독재에 대해 싸울 수 있도록 각오를 단단히 해달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에 비해 검소한 장소 선택을 부각하며 야당에 걸맞은 '투쟁 모드'아 '단합'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대조되는 양당의 풍경을 두고 "힘의 격차를 보여주는 '웃픈'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가을 정기국회를 앞둔 여야의 전략적 위치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민주당은 거대 여당의 위상에 걸맞은 공간에서 정책·입법 드라이브의 무게감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검소함'과 '와신상담'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양당의 장소 선택이 두 당의 현주소를 하나의 장면에 압축해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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