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투자금이 일본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 올 상반기 외국인의 일본 오피스 빌딩 등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가량인 1조엔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 물가 상승에 따른 부동산 임대료 상승 기대와 미국·유럽보다 높은 수익성이 배경이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부동산 서비스 업체 CBRE 집계 결과 올해 1~6월 해외 투자자의 일본 부동산 매입액은 1조1400억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투자액 중 가장 많은 40% 이상이 오피스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블랙스톤이 지난 2월 약 4000억엔에 인수한 ‘도쿄 가든 테라스 기오이초’가 대표적이다. 외국계 투자사의 일본 부동산 투자 건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블랙스톤 일본법인 측은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유망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 중에선 홍콩계 가우캐피털파트너스가 약 1500억엔에 인수한 ‘도큐 플라자 긴자’가 눈에 띈다. 이 회사 담당자는 “앞으로도 장기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한 입지 좋은 우량 자산에 대한 투자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금이 일본 부동산에 몰리는 이유 중 하나는 물가 상승세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하며 8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임대료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중개 업체 산코에스테이트의 이마키 도요카즈 수석애널리스트는 “좋은 입지에서 신축 대형 빌딩이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형태로, 오피스 임대료는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부동산의 높은 수익성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트러스트 기초연구소가 추산한 오피스 일드갭(투자 수익률-장기 금리)은 도쿄 도심이 올해 1~3월 기준 1.9%로 뉴욕(1.7%), 런던(1.2%)을 웃돈다.
하반기에도 일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닛산자동차는 요코하마 본사 건물 매각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3대 PEF인 KKR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매각 규모는 1000억엔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삿포로홀딩스도 도쿄 시부야구 복합상업시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등 도심 일등지 물건을 팔기로 했다. CBRE 측은 “인플레이션과 임대료 상승에 기대를 거는 해외 투자자가 많다”며 “당분간 상당한 수준의 투자가 이어질 것 같다”고 관측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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