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서울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남춘모 작가(64)는 자신의 개인전 '프롬 더 라인즈(From the lines)' 개막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남 작가가 유년시절부터 탐구해온 선(線)의 본질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걸렸다. 신작 회화와 조형 작업을 포함해 총 16점. 대구와 독일에 작업실을 둔 작가가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5년만에 여는 개인전이며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전시 '프롬 디 어스'의 탐구 정신을 잇는 자리이기도 하다.
남 작가는 "나의 작업은 유년 시절 경북 영양의 산비탈과 밭고랑, 바람에 반짝이던 비닐의 잔상과 같은 감각적 기억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 작가의 이러한 기억은 단순한 풍경 재현을 넘어 조형 언어가 됐고 '선'에 대한 필생의 연구로 이어졌다. 남춘모 작가는 선을 통해 화면 속에서 구조와 리듬을 짓고 깊이와 여백을 만들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선은 면이 되기도 하고 입체(설치물)가 되기도 했다. 선을 통해 그의 세계는 우주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했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 시리즈로 시작해 대표작인 '빔(Beam)',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보이드(
Void)', 지난해 처음 세상에 소개된 '프롬 디 어스'를 거쳐 신작 '프롬 더 라인즈'로 이어진다. 관람객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작가의 예술 여정을 짚어보도록 작품이 시간의 흐름대로 배치됐다. 특히 전시의 제목이자 작품 제목이기도 한 신작 '프롬 더 라인즈'는 콜라주 기법으로 한지를 붙이면서 캔버스 위 두께의 단차를 이뤘다. 보는 각도나 빛의 양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게 특징이다.

남춘모 작가는 "팬데믹이 지구를 휩쓸기 직전, 나는 상업 미술의 정점에 서 있던 인물이었다. 모든 것이 팬데믹으로 멈춰버렸던 경험은 나를 초심으로 돌려놨다"고 고백했다. 그의 모든 작업은 농사를 짓는 마음처럼 이뤄지고 있다. 땅을 고르고 비닐로 싼 뒤 씨앗을 뿌리는 과정은 광목천과 폴리코트(합성수지의 일종)를 다루는 작업으로 변용됐다. 그 작품은 밭고랑의 기억이 선의 언어로 피어나며,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한국적 회화로 다시 태어났다. 다양한 재료를 통한 작가의 선(線)은 독특한 질감의 면(面)으로, 또 공간으로 변주된다. 전시는 10월 15일까지.
이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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