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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연예인이 자신의 가족법인 자금을 무단 인출해 암호화폐 투자에 사용했다가 횡령 혐의로 기소되면서 중소기업 경영진들 사이에서도 '가지급금'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당 연예인은 가족이 100% 지분을 소유한 기획사에서 '가지급금' 형태로 법인 자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가 세운 회사니 회삿돈도 내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낳은 결과다.
세법 전문가들은 "법인과 개인은 별개 인격체로 재정도 엄격히 분리돼야 한다"며 "가지급금을 남용하면 세금 부담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법상 문제 되는 가지급금
가지급금(假支給金)이란, 회계상 실제 현금 지출은 있었지만, 거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거래가 완전히 종결되지 않아 계정과목이나 금액이 미확정인 경우, 그 지출액에 대한 일시적인 채권을 표시하는 계정이다. 직원이 출장을 가면서 경비를 미리 받아 가고 나중에 정산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세법상 문제 되는 가지급금은 의미가 다소 다르다. ‘명칭 여하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인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자금을 특수관계인(주로 대표이사나 주주)에게 대여한 금액’을 말한다. 이는 회계장부상 ‘가지급금’ 또는 ‘주임종(주주·임원·종업원) 단기대여금’ 등의 계정과목으로 표시된다. 법원은 가지급금의 업무 관련성 여부는 법인의 목적이나 영업 내용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5두9415 판결).
가지급금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대표적으로는 ①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인출하여 개인 용도(생활비, 자녀 학자금, 개인 부채 상환, 부동산 투자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경우, ②사업상 지출이 있었으나 적격 증빙(세금계산서, 신용카드 매출전표 등)을 수취하지 못하여, 이를 대표이사가 가져간 것으로 회계 처리하는 경우, ③대표이사, 주주, 관계사에 정상적인 이자 약정이나 상환 계획 없이 자금을 빌려주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임의로 사용하고 그 용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 이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될 수 있고 심각한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세금 폭탄으로 돌아오는 가지급금
가지급금은 당장 편리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세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우선 가지급금으로 인해 법인이 내야 할 법인세가 많아진다. 회사가 대표이사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지 않았더라도, 세법은 회사가 이자(현행 4.6%, 당좌대출이자율)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법인의 수입(익금)으로 계산하므로, 법인의 과세소득이 늘어나 법인세가 증가하게 된다(인정이자의 익금산입). 또한 가지급금이 차지하는 비율만큼의 이자 비용은 손금 불산입되어 경비 처리되지 않는다(지급이자 손금불산입).
다음으로, 가지급금을 받아 간 대표이사도 소득세와 증여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가지급금이 계속 상환되지 않으면, 세무 당국은 미회수된 가지급금 전액을 대표이사 상여(보너스)로 처리한다. 이 경우, 대표이사의 다른 소득과 합산되어 높은 누진세율(최고 45%, 지방소득세 포함 시 49.5%)의 종합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과세 관청이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통해 미회수된 가지급금을 대표이사 상여로 처분했다는 사실을 법인에 알리면, 법인은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해야 한다. 만약 법인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과세관청은 대표이사에게 직접 종합소득세를 부과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특수관계인에게 무상 또는 낮은 이율로 금전을 대여하는 경우, 세법상 적정이자율(4.6%)로 계산한 이자와 실제 지급한 이자의 차액이 연간 1,000만 원 이상이면 그 차액을 증여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회계상 부수적인 불이익도 있다. 가지급금은 업무와 무관한 대여금이므로, 대표이사가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회사는 이를 대손금(떼인 돈)으로 처리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 신용도도 하락할 수 있다. 재무제표에 가지급금이 많으면 금융기관이나 신용평가기관에서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낮게 평가하여 대출이나 투자 유치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세금을 넘어 형사처벌까지?
가지급금 문제는 세금에서 그치지 않고 형사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대표이사가 회사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하면 업무상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조세범이 될 수도 있다. 만약 가지급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실물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등 적극적인 부정행위를 통해 조세를 포탈하려 했다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처벌된다.
가지급금은 한번 발생하면 해결하기가 까다로우므로, 가능한 처음부터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법인 자금과 개인 자금을 분리하고, 회삿돈은 사업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하고, 사업 목적 여부가 불분명할 때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시는 것이 좋겠다. 또한 부득이하게 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야 한다면 이사회 결의, 금전소비대차계약 체결 등 절차를 밟아 진행하여야 하고 적정 이자를 실제로 지급하여야 한다.
가지급금 상환은 대표이사의 급여, 상여, 배당금 등 정당한 소득을 통해 상계 처리할 수 있으나, 해당 소득에 관한 소득세는 납부하여야 한다. 허위 매출을 일으키거나 다른 자산과 부당하게 상계하는 방식은 더 큰 세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회사의 투명한 자금 관리는 건강한 기업 성장의 첫걸음이다. 가지급금은 편리한 금고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끝에는 무거운 세금과 법적 책임이라는 시한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가지급금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여 합법적이고 안전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시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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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선 법무법인 원 변호사 I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에서 세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수원을 수료했다. 서울특별시에서 지방세 및 도시계획 업무를 하면서 부동산 관련 조세 소송 및 자문 경력을 쌓았으며, 기업,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기타 기관에 조세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