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교육은 학교에서 꽤 불편한 주제다. 교사·학부모들은 양가 감정에 휩싸인다. 10대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괜한 호기심을 부추겨 학업을 방해할까 걱정한다. 학부모 민원과 불필요한 논란에 얽히고 싶지 않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청담동에서 개업 9년차 산부인과 전문의로 활동 중인 김지연 대표원장은 지난 28일 기자와 만나 “언제까지 낙태 비디오를 틀어주며 임신에 대한 경각심 위주의 교육만 할 수는 없다”며 “반발심만 불러일으키는 폐쇄적인 강의 대신, 제대로 사랑하며 나를 지킬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자타공인 ‘성교육 1타 강사’로 불린다. 몇년 전부터 그가 운영 중인 두 개의 유튜브 채널 ‘산부인과 의사언니’(구독자 29만명)와 ‘숏부인과’(32만명) 이 인기를 끌며 주목받았다. 그는 “온라인 상에서 민간요법으로 폐경이나 월경 불순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 등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들이 많아 우려스러웠다”며 “부인과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제대로 성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들이 대부분인 만큼 ‘어른들을 위한 성교육’도 절실하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성관계를 하지 않았는데도 임신을 무서워 한다거나, 생리를 하지 않는데도 임신을 의심하지 않는 청소년들도 있을 정도로 ‘무지’에 가까운 청소년이 많다는 것. 그는 “30대인데도 이 정도 기초 상식이 없나 싶을 때가 적지 않다”며 “제대로 된 청소년 성교육을 위해서라도 유튜버 활동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동영상을 통해 마치 학원 강사처럼 칠판에 판서를 해 가며 강의한다. 어려운 의학 정보를 한 눈에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또렷한 발음과 전달력도 강점이다. 이 때문에 최근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섭외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 원장은 의대 재학 시절 입시학원에서 강사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로 말하기에 소질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환자를 많이 받지 못하더라도 외래 진료 때 20~30분 정도 충분히 상담을 하려고 한다. 환자의 의문점이 풀릴 때까지 대답을 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상담 스케줄에는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김 원장은 “산부인과가 분만과 임신만 다루는 곳이라는 인식이 점점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병과 피임, 부인과 질환을 상담하고 예방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아빠가 20살 된 딸에게 피임을 가르쳐주고 싶다며 상담을 온 경우도 있어 놀랐다”며 “혼전 성관계를 무조건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미혼, 미성년 자녀가 엄마 아빠에게 자신의 성관계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성교육 담론은 확실히 양지로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병이 위생 인프라가 부족하던 옛날이나 걸리던 병이 아닌, ‘현대의 질병’ 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그는 “성관계를 하면 성병은 따라올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며 “쾌락이 아닌 책임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일선 학교 성교육에 대해서도 “정말 할말이 많다”고 했다. 성교육의 내용과 강사 전문성 등에 대해서다. 그는 “성교육의 기본은 사랑하는 법과 책임지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교육을 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쾌락 중심이 아닌 제대로 잘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며 “낙태에 대한 공포 위주의 성교육은 반발심만 불러일으키고 효과도 없는 만큼 지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선 학교 등에서 성교육을 할 수 있는 강사 풀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김 원장은 “성교육 강사로 산부인과 전문의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교육 당국이 요청하면 마다하지 않을 의사들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 공교육 현장에서 부르면 적극 나설 용의가 있다”고 했다.
“한창 머리가 좋고 흡수력이 좋을 때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성은 무조건 야한 것이라는 인식이 문제죠. 부모도 정확한 정보가 없어 자녀교육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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