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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변기 부품 1위 "매출 25% 뚝…일 없어 주 4일제"

입력 2025-08-29 17:46   수정 2025-09-09 16:27

중국의 위생도기 부품업체 H사가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2년 전부터다. 여러 거래처를 통해 한국의 위생도기 포장 규제가 바뀐 걸 알게 되면서다. H사는 주로 국내 양변기 제조사를 상대로 중국 공장 견학을 주선하고 덤핑에 가까운 가격을 제시하며 국내 시장을 뚫기 시작했다. 현재 H사를 비롯한 중국계 부품업체들은 국내 시장의 약 20~30%를 잠식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산 공멸은 시간문제”라고 국내 업체들이 우려하는 이유다.
◇환경부 포장 기준, 한국엔 ‘독’

중국계 위생도기 부품업체가 국내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건 환경부의 포장 규제 덕이다. 환경부는 절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양변기의 물 사용량을 6L 이하로 정하면서 양변기 부속품을 ‘하나의 포장 단위’로 유통하도록 환경표지 인증을 개정했다. 불량품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된 이 기준이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엔 독이 됐다. 위생도기 제조사들이 양변기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가져오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환경부 기준을 맞추려면 국내 업체가 만든 양변기 부품을 중국으로 보내 단일 포장하거나, 중국에서 생산한 양변기를 한국으로 들여와 포장을 다시 뜯어내고 양변기 부품을 넣어 재포장해야 한다. 중국으로 부품을 보내면 해상운임, 보험료, 관세 등으로 부품당 4000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양변기를 한국으로 가져와 재포장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위생도기 제조사 관계자는 “무게가 40~50kg에 달하는 양변기를 일일이 재포장하려면 작업 속도가 더딘 데다 안전사고에 따른 중대재해 위험이 있어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위생도기 유통업체는 이미 2년 전부터 중국계 부품업체로 판로를 돌렸다. 대림바스, 계림요업 등 위생도기 제조사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품질과 사후관리 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국내산 부품을 사용했으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건설 경기 악화로 비용 절감 압박이 심해져 중국산 부품을 외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산 부품은 국내산에 비해 품질 수준은 떨어지지만 가격은 30% 이상 저렴한 편이다.
◇“중국산으로 대체돼 한국산 공멸”
국내 위생도기 부품 시장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와토스코리아는 지난 5월부터 위생도기 제조사의 주문이 줄어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25%, 내년에는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와토스코리아 관계자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때문이 아니라 일감이 줄어 주 4일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면 부품업체 상당수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변기 부품 제조업체 J사는 올초 주 거래처인 위생도기 유통사들이 중국산 부품으로 바꾸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경영권이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부품 제조사 I사도 모회사인 D사로부터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I사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한국산 부품을 중국산으로 대체하게 판을 깔아준 셈”이라며 “중국산 부품으로 모두 바뀌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절수 효과와 관련한 연구개발 동력이 사라질 뿐 아니라 한국의 가격 결정권을 상실해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변기 부속품 시장은 연간 3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내 부품 제조사들은 단일 포장이 아니라도 일련번호 추적 등을 통해 얼마든지 불량품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위생도기, 부품 제조사들은 지난달 대통령실 규제개혁위원회에 포장 기준 변경을 건의했으나 상황이 쉽게 바뀔지는 미지수다. 환경표지 인증이 개정되려면 연구용역, 시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해 일러야 2027년에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체 의견을 참고해 하반기 중 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점점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포장 기준을 서둘러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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