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가 올해 상반기에만 1조3000억원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최악의 ‘적자 쇼크’에 빠졌다. 새마을금고를 비롯해 신협, 수협 등의 연체율은 20여 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채권 정리가 늦어지면서 상호금융권의 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1267개 새마을금고는 올해 상반기 1조328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반기 실적 기준으로 1963년 창립 이후 62년 만에 최대 적자다. 직전 최대 적자 기록인 작년 상반기(-1조2019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1000억원가량 더 늘었다.
지방 부동산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 침체까지 겹쳐 건전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나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올 상반기 말 8.37%로 2005년 6월 말(8.87%) 후 최고치다. 작년 말(6.81%) 대비 1.56%포인트 상승했다. 신협의 올 상반기 말 연체율은 8.36%로 작년 말(6.03%) 대비 2.33%포인트 급등했다.
'PF 부실' 상호금융 위기 장기화
29일 금융감독원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농·수·신협과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5대 상호금융의 연체율은 작년 말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각각 1~2%포인트가량 급등했다. 새마을금고의 6월 말 연체율은 8.37%로 2005년 6월 말(8.87%)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협의 6월 말 연체율은 8.36%로 2009년 6월 말(8.3%) 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수협 연체율은 7.82%로 2001년 말 이후 최고치였고, 농협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인 4.7%를 기록했다.상호금융권 연체율 상승의 중심에는 부동산 PF 부실이 있다. 새마을금고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6월 말 12.97%로 작년 말(10.41%) 대비 2.56%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1.75%에서 2.17%로 0.4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새마을금고는 연체율 관리를 위해 올 상반기에만 총 3조8000억원 규모 부실채권을 매각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건전성 위기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부실채권이 늘어난 만큼 충당금을 새로 쌓아야 하고, 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추가로 발생해서다. 새마을금고는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6개월간 누적 3조66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적자(1조7382억원)를 냈다. 이어 올 상반기에만 1조3287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신협과 수협 등도 마찬가지다. 신협은 올 상반기 333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적자를 낸 작년 상반기(-3375억원)보다는 순손실 규모가 소폭 줄었지만 2년 연속 적자가 누적되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수협의 올 상반기 순손실은 1392억원으로 전년 동기(-1586억원)에 이어 적자 상태가 지속됐다. 농협은 올 상반기에 9340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1조5800억원)와 비교하면 순이익이 반토막 났다.
금융당국이 아닌 행안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새마을금고의 부실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전국 1267개 단위 금고를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를 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4등급(취약)을 받은 금고는 157개, 5등급(위험)을 받은 금고는 8개로 총 165개에 달했다. 작년 말(86개)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경영실태평가 4등급은 강제 구조조정인 경영개선요구, 5등급은 경영개선명령 대상이다.
새마을금고는 부실 우려가 있는 금고를 인근 금고와 합병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2023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26개 단위 금고가 합병됐다. 금고를 합병하면 당장 파산을 막는 건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합병 금고의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금융당국에선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상호금융권의 위기가 단기간 안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실채권이 많이 남아 있다”며 “연말까지 연체율을 떨어뜨리는 데 감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서형교/권용훈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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