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홍콩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쿵푸 고수들의 날렵한 몸짓과 클래식 발레의 우아한 춤이 한데 만난다. 9월 26~27일 ‘홍콩 위크 2025@서울’의 개막 행사로 서울 국립극장에 오르는 홍콩발레단의 공연 ‘로미오+줄리엣’ 이야기다.홍콩발레단은 엔데믹 이후 아시아의 소재를 서양 예술인 발레에 접목한 레퍼토리를 꾸준히 선보였다. ‘로미오+줄리엣’ 내한 공연에 앞서 홍콩발레단을 이끄는 셉팀 웨버 예술감독(64·사진)을 지난 15일 만나봤다.
홍콩발레단이 보여줄 ‘로미오+줄리엣’의 배경은 1960년대 초 홍콩이다. 웨버 감독은 이 시기를 ‘홍콩의 황금기’로 봤다. 그는 “이 기간에 제조업과 부동산으로 부가 창출됐고 이민자들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면서 홍콩이 국제도시로 발돋움했다. 이런 배경이 불멸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 완벽하다고 생각했다”고 창작 동기를 밝혔다.
그는 “수많은 자료 조사를 했고 팬데믹 기간에 작업하면서 연습 시간이 더욱 길어져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홍콩 거리를 거닐다가 마작방에 우연히 들러 몇 시간 동안 게임을 지켜봤어요. 홍콩의 고전만화 <올드 마스터 Q> 등 홍콩의 모든 것이 ‘로미오+줄리엣’을 향하는 영감이 돼 주었습니다.” 발레와 쿵푸를 비롯한 홍콩 문화의 독특한 결합은 작품에 강인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웨버 감독은 “홍콩의 활기찬 모습에 한국 관객이 매료됐으면 한다”고 했다.
홍콩발레단의 무용수들은 이 작품을 위해 6개월간 정통 홍콩식 쿵푸를 배웠다. “발레 무용수는 몸을 위로 들어 올리고 선을 길게 하며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자세를 취합니다. 반면 홍콩 쿵푸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몸을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이 이어집니다. 무용수들이 무게중심을 땅으로 낮추기 위해 수개월의 훈련이 필요했죠.”
작중 인물도 이 시대에 맞게 각색됐다. 줄리엣의 아버지는 사회적 지위를 위해 딸을 부유한 서양인과 결혼시키려는 상하이 출신 인물로, 티볼트는 줄리엣의 어머니와 불륜 관계인 삼합회(홍콩의 유명 조직폭력단)의 보스로 설정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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