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K뷰티’ 붐을 이끌고 있는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성비’가 뛰어나고, MZ세대를 겨냥한 독특한 마케팅을 잘한다는 것이다. 아누아, 조선미녀, 스킨천사 등이 그랬다.‘세포랩’은 이런 K뷰티의 성공방정식을 따르지 않았다. 155mL짜리 에센스가 한 병에 13만원에 이른다. 지금껏 별다른 마케팅도 하지 않았고, 패키징도 라벨 없는 투명한 병에 황금색 에센스를 넣은 게 전부다. 그런데도 40~50대 여성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GS샵 등에서 에센스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지난 2년반 동안 누적 판매액은 1500억원에 달했다. 세포랩의 성공을 이끈 김윤수 퓨젠바이오 대표(58·사진)는 31일 “남들이 다 하는 공식을 따르지 않은 게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 또한 다른 뷰티업계 경영자와 달랐다. 1990년대 초 삼성전자 반도체 팀장을 거쳐 1998년 정보기술(IT)업체 네오엠텔(현 이트론)을 세웠다. 2013년 네오엠텔을 매각한 뒤 스타트업 투자자로 변신했다가 2016년 자신이 투자한 퓨젠바이오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최고경영자(CEO)로 나섰다.
애초에는 화장품을 내놓으려고 한 게 아니었다. 2010년 발견한 희귀 미생물 균주인 ‘세리포리아 락세라타’를 기반으로 당뇨 관련 건강기능식품과 신약을 개발하고자 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절차 등 개발 과정이 늦춰지자 “연습게임 삼아 화장품을 해보자”고 한 게 대박을 터뜨렸다. 임상 피험자 상당수가 피부결 개선 효과를 봤다는 데서 착안했다.
김 대표는 세포랩을 ‘뷰티업계의 위고비’라고 부른다. 당뇨약 개발 과정에서 우연히 탄생한 비만약 위고비처럼, 뜻하지 않게 화장품 사업에서 빛을 봤기 때문이다. 세포랩은 출시 초기 유명 스타를 모델로 쓰는 대신 골프장과 호텔에 납품했다. 그 결과 중장년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고 홈쇼핑 판매가 늘었다. 최근엔 무신사, 컬리 등 e커머스에도 입점했고, 올리브영 등 오프라인 진출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홍콩에 이어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 진출을 준비 중”이라며 “K뷰티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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