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에 따르면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자율주행시스템(ADS) 특허는 2017년 이후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DS는 차량의 주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이다. 2023년 기준 중국은 509건, 미국은 212건의 관련 특허를 쏟아냈다. 한국은 56건에 그쳤다. 게다가 작년엔 한국의 출원 건수가 15건으로 전년 대비 4분의 1토막이 났다.KEIT 관계자는 “한국 업체는 성과가 나와도 개별 기술 단위로만 출원하거나 공개까지 수년이 걸려 글로벌 경쟁에서 실질적 권리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중국, 미국 기업은 연구 성과를 신속히 특허화하고, 인공지능(AI)·반도체·통신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집중적으로 구축해 기술을 곧바로 시장 진입 장벽으로 연결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한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중국의 대표적인 자율주행 업체 바이두는 한국에서 114건의 자율주행 특허를 등록해 현대자동차그룹 자회사 포티투닷(85건)을 앞질렀다. 국내 기업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도 전에 중국 업체가 먼저 진입 장벽을 세운 셈이다. 자율주행업계 관계자는 “특허 한 장이 기술 상용화의 관문을 가로막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설명했다.
웨이모가 이 특허를 기반으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면서 바이두, 모빌아이 등 글로벌 경쟁사가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특허를 출원했는데 미국 특허청에서 잇달아 기각됐다. 중국 업체들조차 웨이모의 특허망을 피해 우회 기술을 개발하거나 사용료를 지급하고 협력 계약을 맺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특허 장벽은 산업 판도를 흔드는 변수로도 작동하고 있다. 웨이모는 2017년 자사 출신 엔지니어가 기술을 빼돌렸다며 우버를 제소해 약 3000억원의 배상금과 개발 축소를 이끌어냈다. 라이다 기술 기업 벨로다인은 경쟁사 오스터와의 특허 소송 끝에 합병에 나섰다. ‘특허 한 장’이 기업의 운명을 갈라놓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이 특허 공백을 방치하면 ‘기술은 있는데 권리는 없는 나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경쟁에서 밀리면 협력 협상력도 잃고, 해외 기업에 로열티를 내거나 시장 진입 자체가 막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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