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꽃게는 특히 저렴하게 나온 것 같아요.”(서울의 한 롯데마트 매장을 찾은 70대 주부)대형마트 꽃게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오징어와 고등어 등 수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최근 5년 동안 변함없는 ‘착한 가격’이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꽃게 값은 어떻게 밥상물가의 상승 흐름을 거스를 수 있었던 걸까.
올해 저렴한 햇꽃게 가격의 비밀 중 하나는 ‘바다 밑 찬물 덩어리’ 확산이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가을 어기(8월 21일~11월 30일) 직전 “서해 밑바닥의 냉수 세력(황해저층냉수괴)이 작년보다 연안 쪽으로 퍼져 어획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서해 꽃게 어획량 증가율을 작년 대비 4~40%로 예상했다.
황해저층냉수괴는 바다 바닥에 있는 수온 10도 이하 물 덩어리다. 이 덩어리가 넓게 퍼지면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꽃게가 연안으로 밀집해 잡기 쉬워진다.
수산과학원의 전망은 ‘만선’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29일 수협중앙회 발표에 따르면 산란기 포획 금지 기간(6월 21일~8월 20일) 해제 직후인 8월 21일부터 1주일 동안 전국 수협 회원의 꽃게 위판량(경매를 통한 도매 유통물량)은 1340t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77t 대비 97.9% 폭증한 규모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꽃게 판매량도 8월 21~24일 나흘 만에 100t을 돌파했다. 역대 최단기 기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게가격지수는 2020년 이후 2.5%가량 하락했다. 주요 15개 수산물 가운데 전복(-12.2%)과 함께 가격이 뒷걸음질한 특이 사례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김으로 2020년 이후 51.7% 치솟았다. 오징어는 30.9%, 고등어는 27.2% 상승했다. 국내산 오징어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어획량이 급감해 ‘금징어’로 불릴 정도다. 갈치와 명태 가격도 5년 동안 두 자릿수 상승세를 나타냈다.
꽃게 값이 지난 5년간 게걸음한 것은 어획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해서다. 작년 한 해 꽃게 어획량은 2만817t으로 2020년(1만5417t)보다 35.0% 많았다. 같은 기간 어획량이 줄어든 살오징어(-18.0%), 갈치(-32.3%) 등과 딴판이다.
해수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어획량이 물가지수 기준 연도인 2020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해 장기간 안정적인 가격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꽃게가 다른 품목보다 많은 어획량을 유지한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수산과학원은 수온, 강수량 등을 주요 변수로 지목한다. 엄격한 불법 조업 단속도 성과를 내게 하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곡물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2.2% 뛰었다. 쌀 가격 상승률도 7.6%로 2024년 3월(7.7%) 이후 1년4개월 만에 7%대로 올라섰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은 1년 전 동기보다 3.5% 올랐다. 수산물지수 상승률(7.3%)보다는 낮았지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크게 웃돌았다.
해수부는 밥상물가를 잡기 위해 7월부터 연말까지 일정 물량(1만t)의 고등어에 ‘0% 관세’를 적용 중이다. 냉동 고등어 수입량을 늘려 국내 고등어 가격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태호/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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