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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중앙은행 수난시대

입력 2025-08-31 17:40   수정 2025-09-01 09:17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조기 퇴임 압박을 받고 있다. 내년 5월이 임기 만료다. 벌써 다음 의장 후보자 리스트가 나돈다. 몽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충성파다.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리사 쿡 이사를 꼭 집어 트럼프가 친히(?) 해고 서한을 보냈다. 주택 대출 비리 혐의로 형사입건될 처지다. 다음 수순은 Fed 본부 재건축 논란에 꼬투리가 잡힌 파월 의장 해임일 수 있다.

국제 금융시장, 학계, 언론은 한결같이 파월 의장을 지지하고 편든다. 그런데 미국 국민 여론은 뜻밖에 전혀 딴판이다. 파월 의장 통화정책 수행 지지율이 37%(4월 갤럽 여론조사)에 불과하다. 역대 의장들과 비교해도 최하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44%)보다 낮다. Fed의 독립성과 국민 신뢰도 양쪽 모두 훼손 상태가 심각해 보인다. 원인은 대체로 세 가지다.

첫째, 사상 최악의 재정정책 우위(fiscal dominance) 시대 도래다. 미 연방정부 부채는 37조달러, 이자 지급만 매년 1조달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Fed에 기준금리 ‘3%포인트’ 인하를 다그치는 이유다. 파월 의장은 관세 부과의 인플레이션 영향을 지켜보자며 버텨 왔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빨리 눈엣가시(파월)를 치우고 허수아비 심복(새 의장)을 심어 금리를 낮춰야 한다. Fed 기준금리는 ‘하루짜리’ 초단기다. 이걸 인하하면 정부 이자 비용이 저절로 줄까. 단정할 수 없다. 중앙은행 팔을 비틀어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승할 수 있다. 이 경우 10년물 장기금리는 내리기는커녕 오를 수 있다. 정부가 부담할 이자 비용이 되레 더 증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2021~2022년 Fed 통화정책 실패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통에 글로벌 공급망이 멈춰 섰다. 이에 따른 물가 급등을 Fed는 일시적 현상으로 오판했다. 대응 시기를 놓친 후폭풍이 2022년 6월 9.1% 인플레이션이다. 40년 만에 가장 높았다. Fed는 부랴부랴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에서 연 5.25%로 올렸다. 개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대까지 솟구쳤다. 인플레이션에 화난 민심이 트럼프 대선 승리에 일조했다.

셋째, ‘Fed 내부 집단사고’도 원인으로 꼽힌다. “외부 견해를 용납하지 않는 엘리트주의가 집단사고 병폐를 키웠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전 인도중앙은행 총재)의 진단이다. 2022년 통화정책 실패에 대해 아직도 Fed의 진정성 담긴 사과와 반성이 없다. 집단사고의 어두운 얼굴이다. 이 역시 파월 책임이 아닐 수 없다. 7년 반 동안 Fed를 이끈 장본인 아닌가.

한국은행은 어떤가. 이재명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를 닦달하진 않는다. 한은을 존중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적극 재정’을 성장 전략으로 들고나왔다. 적극 재정은 적자국채 발행 필요성을 키운다. 정부 이자 부담도 그만큼 증가한다. 올해 예상 재정적자(112조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1%다. 이 비율이 5.8%인 프랑스가 현재 위기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거론된다. 프랑스 사태를 남 일로 치부할 수 있을까. 더욱이 재정 확장이 지나치면 통화정책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 Fed 사례가 이를 웅변한다.

그런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농산물 수입, 노동시장 개방, 교육개혁, 외국인 근로자 차등 임금 지급 등에 걸쳐 거침없이 소신을 밝혀 왔다. 관계부처 장관은 거세게 반발했다. 노동계에 ‘반인권적 발상자’로 찍혔다. 새 정부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 제정 등엔 말을 아낀다. 정작 한은 관련 이 총재 소신은 잘 안 먹혀드는 듯하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확산 사업 ‘한강 프로젝트’는 은행권이 외면한다. 이 총재가 위험을 경고한 스테이블코인은 의원들이 앞다퉈 입법을 서두른다. 야심 차게 제기한 한국형 점도표(dot plot·개별 금융통화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종합한 그래프) 논의도 시들하다.

전 세계 중앙은행 롤모델이 Fed다. 지금 고립무원 처지다. 중앙은행 독립성 가치의 절대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중대한 순간이다. 독립성 말살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국민 신뢰가 있어야 독립성도 존중되는 것 아닐까. 중앙은행에 성찰을 주문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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