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68.19
(22.40
0.55%)
코스닥
927.23
(11.60
1.24%)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는 노사가 사회적 대화 회피한 결과물"

입력 2025-08-31 18:15   수정 2025-09-01 00:53


“노란봉투법이 강행 처리된 건 노사가 사회적 대화를 회피한 결과물입니다.”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노사 관계 지형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입법인데, 노사 간 사회적 대화가 선행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26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국내 유일한 법적 사회적 대화 기구다.

권 위원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 해묵은 과제에 더해 저성장 기조 고착화, 인공지능(AI) 발전, 통상 전쟁, 산업 구조조정 등 불확실성이 고조된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대화가 잘 작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참여자의 대표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사회적 대화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래야 대화에 무게가 실린다는 이유에서다.

▷노란봉투법이 사회적 대화 없이 통과됐습니다.

“계엄 사태 이후 사회적 대화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안타깝습니다. 특히 노란봉투법 입법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한국 노사 관계 지형에 엄청나게 큰 변화를 가져올 사안입니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대화가 재가동돼 입법 후속 조치와 모니터링이 경사노위 틀 안에서 이뤄졌으면 합니다.”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어렵고 민감한 의제에 대해 노사 모두 대화를 회피해왔기 때문입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는 수십 년간 거론된 노동개혁 과제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해법 도출에 실패하고 힘이나 법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죠. 경영계는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에만 의존했고, 노동계는 반대로 유리한 지형인 국회로만 향했습니다. 이렇게 대화를 회피한 결과가 대화 없이 처리된 노란봉투법입니다.”

▷경사노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노사정위원회가 2018년 경사노위로 개편되면서 과거에 정부가 주도하던 사회적 대화가 노사 주도로 바뀌었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입니다만 참여하는 노사 대표의 대표성과 책임성이 약화된 게 문제입니다. 노동계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 합의 이후 참여를 거부하고 있죠. 당시 정리해고제가 도입되면서 정부에 배신당했다는 일종의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참여하고 있지만, 양대 노총의 조직률(2022년 현재 13.1%)이 낮아 대표성이 떨어집니다.”

▷경제계는 어떻습니까.

“경제계도 경제단체들에 충분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지 않고 있지요. 사회적 대화를 위해선 양보와 타협이 전제돼야 하는데, 노사 모두 책임지지 않으려다 보니 논의가 진영 논리에 따라 당파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계는 이번에 노란봉투법 통과 과정을 보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겠다고 느꼈을 겁니다.”

▷경사노위가 꼭 필요한가요.

“한국 사회의 노사 대화는 ‘기업별 노사 관계’ 위주입니다. 하청이나 업종 전체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죠.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이 경사노위라고 봅니다.”

▷정상화할 해법이 있습니까.

“우선 미조직 노동자, 여성, 청년 등 계층별로 참여 주체를 늘려 대표성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현재 경사노위 체제에서도 계층별 위원회가 형식상으론 존재하지만 사실상 공백 상태입니다. 다양한 계층이 의제별·업종별 위원회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다소 불투명한 회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사회적 대화가 공론화되고 여론이 형성되면 참여 주체들의 부담이 줄고 합의 도출이 원활해질 수 있습니다.”

▷참여 주체를 늘린다고 대화에 무게가 실릴까요.

“법적, 제도적으로 사회적 대화의 무게를 끌어올릴 필요성도 큽니다. 예를 들어 노동 쟁의행위는 노조법에 따라 반드시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친 뒤 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를 ‘조정 전치주의’라고 합니다. 이를 본떠 ‘사회적 대화 전치주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란봉투법 같은 중대한 사회적 갈등 과제들은 의무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거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사회적 대화의 무게를 끌어올리면 당사자들도 더 무게감 있게 행동할 겁니다.”

▷선진국에서 사회적 대화를 의무화한 사례가 있나요.

“프랑스는 경제·사회·환경위원회(CSES)라는 사회적 대화 기구가 헌법기관으로 자리 잡아 정책 형성 과정에 법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화를 통해 꼭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당파적으로 입법이 이뤄지는 것은 피할 수 있습니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노사 수용성을 높여 갈등을 최소화하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급한 사회적 대화 의제는 무엇인가요.

“우선 ‘업종별 사회적 대화’가 시급합니다. 미·중 갈등과 통상 전쟁으로 공급망이 재구축되고 있고, 중국과의 경쟁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노란봉투법이 통과돼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세 업종은 상당히 큰 변화를 겪을 게 확실합니다. 이런 업종은 기업 단위가 아니라 업종 단위의 대응이 절실합니다. 사회적 대화 체계가 구축돼야 공급망 재편과 산업 변화에 따른 인력 조정 등 중대한 산업 대책을 연착륙시킬 수 있습니다.”

▷그 밖엔 어떤 게 있을까요.

“최근에 사회적 대화 의제 발굴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를 했는데 ‘청년 실업 해소’와 ‘안전한 일터 조성’이 최우선 의제로 꼽혔습니다. 그 밖에 직장 내 괴롭힘 같은 조직문화 개선, 차별 및 격차 해소, 60세 이상 계속 고용 같은 저출생·고령화 위기 대응 등에 사회적 대화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회로 분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민주노총을 사회적 대화에 끌어들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국회는 그 자체로 사회적 대화를 위한 제도입니다. 그 안에 별도 대화 채널을 만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회의 갈등 조정 기능이 잘 작동하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정치가 양극화돼 있는 상황에선 완충 역할을 할 기구가 필요합니다. 현재로서 법에 근거한 유일한 공식 사회적 대화 기구가 경사노위입니다. 있는 기구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외환위기 때처럼 외부에서 큰 위기가 닥쳐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까요.

“그렇게 된다면 국가적 불행입니다. 외환위기 때는 나라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노사정 모두가 고통을 나누자는 데 마음을 모았습니다. 지금은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위기가 산업별·세대별로 흩어져 있고, 이해관계도 복잡해 합의가 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합의가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수록 사회적 대화가 더 소중합니다. 사회적 대화를 고도화하고 완성하는 것은 결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길입니다.”
■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은
30여년 고용부 정통 관료…노동·산업안전 두루 거쳐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30여 년간 노동 정책과 산업안전 분야를 두루 거친 정통 관료다. 1969년 경북 예천군 출생으로 대전 보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1992년 제36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줄곧 고용노동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획재정담당관, 고용정책총괄과장, 직업능력정책국장 등을 지내며 노동 정책 전반에 걸쳐 실무와 기획을 모두 경험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일자리수석실 산하 고용노동비서관실에서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고용정책실장과 노동정책실장, 근로감독정책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21년 7월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집행을 총괄하는 초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을 맡았고, 2022년 5월 고용부 차관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8월 경사노위 위원장에 취임해 정부와 노동계·경제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의 재가동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권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를 조속히 복원해 경사노위가 사회적 문제 해결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리=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