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무지출 증가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2025~2029년 의무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6.3%로 같은 기간 재량지출(4.6%)과 전체 재정지출(5.5%)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2024~2028년 중기재정지출 계획’에 담긴 연평균 증가율 5.7%보다 0.6%포인트 높다. 이런 속도가 지속되면 2030년에는 의무지출이 5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연금, 의료를 비롯한 복지 지출이 급증하는 영향이 크다. 65세 이상 어르신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내년 23조3627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5481억원(7.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은 올해 736만 명에서 내년 779만 명으로 불어나고 기준연금액도 34만2510원에서 34만9360원으로 뛴다.
의료급여와 생계급여는 9조8400억원과 9조1727억원으로 각각 1조1518억원(13.3%), 6827억원(8.0%) 늘어난다. 의료급여·생계급여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의 내년 인상률이 역대 최고인 6.51%(4인 가구 기준)를 기록한 영향이 크다.
공약에 담긴 농어촌 주민소득도 의무지출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6~2027년에 6개 군 주민 24만 명에게 월 15만원을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한다. 연간 예산은 2000억원 수준이다. 이 사업은 2028년부터 69개 군, 272만 명으로 확대된다. 국정기획위원회는 농어촌 주민소득으로 5년 동안 6조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봤다.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사업도 내년 예산(1조1500억원)에 새롭게 반영됐다. 지난 4일 중앙정부의 지역화폐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의무지출 사업으로 바뀌었다.
정부도 의무지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 올해 3월 발표한 ‘2026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의무지출 감축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29일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정책 여건 변화를 고려해 경직적 지출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추상적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는 데 그쳤다.
학령인구 감소로 남아돈다는 지적을 받는 교육교부금도 ‘찔끔 구조조정’에 그쳤다. 교육교부금으로 전입되는 교육세 금액을 올해 2조1690억원에서 내년 1조7587억원으로 4100억원가량 삭감하는 데 그쳤다. 내국세의 20.79%가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전입되는 기본 체계는 손도 대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의무지출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교육교부금은 별도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국민 의견을 수렴한 후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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