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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실질적 지배력'? 일단 산안법부터 챙겨라

입력 2025-09-02 17:33  



노란봉투법이 최근 노동이슈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설을 채택한 사용자 범위의 확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국회는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원청)가 형식적인 계약관계의 부존재를 이유로 단체교섭 등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그 개정 취지를 설명한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하청 사용자는 근로조건을 개선할 권한과 능력이 없어 근로자들의 노동3권이 사실상 형해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기업을 옥죄는 법이라는 평가, 노란봉투법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외국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이르기까지 반대론도 거셌지만 모두 법 개정 이전에만 논쟁의 실익이 있었을 뿐이다. 법 통과 이후 기업으로서는 계속 반대론만 읊조릴 수 없다. 개정법의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분석하고 현실적인 대응책을 논의할 차례이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여 현행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였는데 정작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가 무엇인지는 해석에 맡기고 있다.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에 대하여 사용자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단체교섭에 불응할 경우,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응낙 가처분을 하거나 본안청구의 소를 제기할 것이고,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형사고소를 할 것이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것이다.

시시콜콜 이런 저런 사항이 적법한 단체교섭 사항인지는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판단의 종합적인 기준이 무엇인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 대법원이 정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다시 분쟁의 홍수가 밀려들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때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는 ‘근로조건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청업체-직영노동조합의 관계에서와 달리 원청업체-(하청업체)-하청노동조합의 관계에서는 특정 근로조건에 대하여 원청업체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더라도 다른 근로조건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H제철 사건에서 ‘산업안전보건’ 의제와 관련해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H제철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에 있다며 사내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청업체 노동조합은 차별시정, 불법파견 해소, 자회사 전환 관련 협의 등도 단체교섭사항으로 내세웠으나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산업안전보건’ 영역만큼은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그러나 주목을 받지 못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정비사업 시행을 위한 건물 해체공사를 진행하던 중 건물이 붕괴되면서 버스승강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17명이 죽거나 다친 사안에서 위 해체공사 도급인측 현장소장·안전부장·공무부장, 수급인 측 현장대리인 및 공사책임자, 하수급인 측 대표자로서 실제 해체작업을 실시한 자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등으로 기소되었다. 하급심 법원은, ① 이 사건 건물 붕괴사고는 하수급인이 해체작업을 실시하면서 건물 내부에 밀어 넣은 성토체 등의 하중으로 인해 건물 바닥 슬라브의 보가 순차 붕괴되면서 발생하였는데, ② 수급인 측 피고인들은 해체공사 작업계획서와 달리 임의로 해체작업을 진행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령상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③ 도급인 측 피고인들 또한 수급인 측의 임의적 해체작업에 대한 관리감독 조치를 취하지 않고,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 평가를 하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령상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도급인 측 피고인들도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였다.

2019. 1. 15.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의 내용이나 범위를 묻지 아니하고, 도급인에게 자신의 사업장(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포함한다)에서 작업을 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되,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고, 이는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도급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여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문언과 체계,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도급인은 안전·보건조치를 직접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고등법원의 유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5도4428 판결).

도급인의 책임 영역에 속하지 않는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되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에서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는 확대되었음을 유념하여야 한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도급인으로까지 확대되었는데 이를 면밀히 판단하려면 산업안전보건법 분야까지도 두루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법을 제대로 알려면 산업안전보건법까지 분석을 마쳐야 하고, 전혀 무관한 듯한 사례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명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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