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증되지 않은 웹사이트에 개인 정보가 담긴 파일을 올리거나 내려받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리스크도 없다. 과거 몇 달씩 소요되던 소프트웨어 개발이 이제는 간단한 명령어만으로 가능해지면서 외부 서비스에 의존할 필요가 줄어든 것이다. AI 에이전트 개발사 파인데브의 덴 레솀 공동창업자는 “수십 년간 소프트웨어 개발은 비용, 복잡성, 헌신을 의미했지만 AI, 노코드 플랫폼, 명령어 기반 앱 개발 등장으로 비용이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커서AI와 러버블 등 바이브코딩 앱이 나오고 챗GPT 등 파운데이션 모델이 코딩 기능을 제공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문턱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아차리아 파트너는 “일회용 앱을 만드는 일이 공책에 낙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며 “과거 투자수익률(ROI)의 제약을 받던 소프트웨어 개발을 가로막는 것은 이제 상상력뿐”이라고 평가했다.
앱 시장에 일회용 소프트웨어가 대대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레솀 공동창업자는 “하나의 앱이 10억달러를 벌어주는 대신 각각의 틈새시장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100만 개 앱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십 년간 이용자가 고정된 컴퓨터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배워야 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했다.
개발 비용이 저렴해지자 기업용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대신 프로그램을 내부에서 개발해 쓰는 기업이 늘고 있다. 마틴 카사도 앤드리슨호로위츠 제너럴파트너는 “형편없는 UI의 다른 회사 제품을 배우기보다 직접 AI를 코딩하는 게 빠르다”며 “자체 개발한 고객관계관리(CRM)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브코딩 보급은 AI 코딩 도구 개발사의 가치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버블은 최근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로 인정받는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7월 중순 투자 당시 17억달러로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한 달 만에 두 배로 뛴 것이다. 2023년 스웨덴에서 창업해 작년 말 제품을 처음 출시한 러버블은 복잡한 코드 대신 문장 몇 개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바이브코딩 솔루션을 제공한다. 커서AI 개발사 애니스피어의 기업가치는 작년 말 25억달러에서 지난 6월 99억달러로 네 배 가까이 치솟았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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