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기술로 ‘고어텍스’의 아성에 도전하겠습니다.”임형섭 석경에이티 대표(사진)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과불화화합물(PFAS)에 대한 글로벌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석경에이티는 삼성전관(현 삼성SDI) 엔지니어 출신인 임 대표가 2001년 설립한 나노 소재 전문 기업이다. 2020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석경에이티는 지난해 매출 138억원, 영업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매출 100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내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석경에이티는 나노 소재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4대 원천 기술을 모두 독자 개발했다. 구체적으로 입자 크기·형상 제어와 분산, 표면처리, 정제 등이다. 나노 소재는 입자 크기가 10억분의 1m 수준으로 작다. 입자가 작아지면 소재의 강도와 경도, 전도성, 투명성, 내구성 등 물질 특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임 대표는 “마이크로(100만분의 1m) 단위 유기 소재 세계에선 막혀 있던 산업의 병목을 나노 단위에선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경에이티가 개발한 나노 소재는 프린터 토너 외첨제로 쓰여 쪽당 잉크 소모량을 45% 줄였다. 치과 치료 후 치아 안을 채우는 충전재(레진 콤파운드)의 내구성도 기존 6개월에서 2년으로 네 배가량 높였다. 글로벌 대형 토너 제조사 및 치과 재료 업체가 석경에이티의 고객사다.
차세대 나노 소재인 ‘중공 실리카’는 석경에이티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중공 실리카는 내부가 비어 있는 이산화규소 입자다.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고 전기 신호 손실이 적어 5세대(5G)·6세대(6G) 이동통신 등 차세대 통신 및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 소재로 주목받는다.
이뿐만 아니라 물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내부 수증기는 방출되는 ‘투습방수’ 기능을 갖춰 고급 아웃도어 소재인 고어텍스를 대체할 소재로 꼽힌다. 임 대표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새롭게 열리는 기회를 잡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유니클로의 ‘에어리즘’처럼 세계인이 쓰는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이 밖에 전기차용 방열 소재와 전고체 전지용 고체전해질 등을 개발하고 있다. 임 대표는 “올해 5월 전북 김제 3공장을 구축하며 고체전해질 및 중공 실리카 양산 체제를 갖췄고 곧 상용화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며 “5년 뒤인 2030년 연매출을 1400억원으로 늘리고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로 높일 것”이라고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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