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는 수년 전부터 베트남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다. 하노이 캠퍼스 설립도 추진 중이다. 유학생의 주축을 이루던 중국 학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데다 한국 학생만으로는 정원을 채우기 어려워서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서울대 공대는 입학생이 850명인데, 여기서 100명 이상이 빠져나가 졸업생은 750명에 그친다”고 했다. 이공계 최상위 인재가 대부분 의대로 빠지고, 공대와 자연대에 입학한 학생은 상당수가 연구를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는 얘기다.
나머지 35%는 지원자의 자질이 떨어져 불가피하게 정원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분야의 핵심으로 떠오른 수리과학부 석박통합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29명 모집에 17명을 선발했다. 통계학과 역시 7명 모집에 4명이 입학하는 데 그쳤다. 서울대 자연과학대의 한 교수는 “과거에는 모집 정원을 꽉 채워 선발하려 했지만, 최근에는 연구에 필요한 기초지식조차 없어 정원이 남아도 뽑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수학 인재’가 대부분 의대로 빠져나가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다.
전문가들이 이재명 정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지역거점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인데, 서울에 있는 주요 공대·자연과학대조차 정원을 채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석·박사를 희망하는 학생 상당수가 해외로 나가는 데다 국내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다고 해도 교수 등 취업 경로가 마땅치 않다. 유재준 서울대 자연과학대 학장은 “학생들이 전문가가 되는 과정을 ‘불확실성’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석·박사 과정에서도 기업 연구소에 취업할 기회가 생기면 빠져나가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산업 현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학부 과정에 첨단 학과 및 대기업 계약학과를 신설하는 데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윤태식 UNIST(울산과학기술원)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장은 “실제 연구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박사후연구원”이라며 “고급 인재의 연구가 탄탄하게 받쳐줘야 한국도 기술 중심 강국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