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하우리항에서 약 30㎞ 떨어진 송이도·안마도 인근 해상은 우리 해군의 작전과 감시 활동이 집중적으로 펼쳐지는 ‘전략적 요충지’다. 군함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이 바다에 이르면 내년 364메가와트(㎿) 용량의 민간 해상풍력발전 단지가 조성된다. 군사작전 지역에 민간 시설이 들어서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더 이례적인 건 중국 기업이 이 사업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풍력발전의 핵심 부품인 터빈은 중국이 인수한 독일 기업 벤시스가, 해저케이블은 중국 기업 헝퉁광뎬이 공급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승인을 받은 14개 단지 중에서도 해상 작전을 수행하는 해군의 작전성 평가를 받은 곳은 손에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작전 구역 한가운데 풍력발전 단지를 짓는데도, 입지 확정 과정에서 해군의 작전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무렵, 산업부가 핵심 정책이던 해상풍력 사업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국방부와 원활한 정책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산업부 산하 에너지공단이 주관하는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입찰을 할 때도 국방부의 군 작전성 평가 증빙 서류는 필수 제출 서류가 아니라 ‘해당하는 경우 제출(미제출 시 불이익)’로 모호하게 표현돼 있다”고 했다.
몇몇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중국계 자본·기업·인력이 들어간 것도 군이 강경 방침을 정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A해상풍력단지의 설계·조달·시공(EPC)은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에너지건설그룹(CEEC)이 맡았으며, 또 다른 국유기업 중국교통건설공사(CCCC)는 중국 현지에서 엔지니어와 선원 등을 모집해 서해 현장에 투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해군은 사고 예방을 위해 해저케이블 업체에 훈련 지역과 잠수함 훈련 일정, 이동 동선 정보 등을 제공한다”며 “자칫 우리 군사 기밀이 중국에 유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상풍력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발전원이다. 8기가와트(GW) 송전 용량의 절반 이상인 5.5GW 이상을 서해안 해상풍력단지가 책임진다. 해군이 주요 해상풍력단지에 군 작전성 영향 평가를 시행하면 1차 준공 2030년, 최종 2038년으로 계획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완성 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지는 위치가 조정되거나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의 정상 준공을 위해 군 작전성 평가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수/김리안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