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을 집값의 70%로 맞춰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해당 규정이 적용되면 올 4분기 계약이 만료되는 전국 빌라(연립·다세대) 10곳 중 8곳은 기존과 같은 보증금으론 전세보증에 가입하지 못한다. 이들 빌라가 전세보증에 가입하기 위해선 전국 평균 3533만원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일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집토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약 만료 시점이 2025년 4분기인 전국 연립·다세대 전세 계약 2만4191건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현재 전세보증은 보증금이 '집값의 90%' 이내일 때 가입할 수 있다. HUG와 HF의 규정에 따라 빌라의 주택가격은 통상 '공시가격의 140%'로 인정받으므로, 사실상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1.4×0.9) 이내면 보증 가입이 가능하다. 조건이 '집값의 70%'로 강화하면 보증금 기준선은 공시가격의 98%(1.4×0.7)까지 급격히 낮아진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계약이 만료되는 전국 빌라 전세 계약 2만4191건 중 78.1%에 달하는 1만8889건이 기존과 동일한 보증금으로는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없게 된다.

지역별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인천은 93.9%의 계약이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경기도는 80.2%, 서울도 75.2%의 계약이 보증 가입 불가 대상에 포함됐다.
문제는 전세보증 가입이 사실상 전세 계약의 필수 조건이 된 현재 시장에서, 보증 가입이 막힌 매물은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보증 가입이 불가능해지는 계약들은 전국 평균 3533만원의 보증금을 낮춰야 새로운 기준을 충족한다.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선 수천만원의 보증금을 마련해 내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현재 빌라 전세 시장은 2023년 5월부터 적용된 '126%룰'에 맞춰 이제 막 시세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이라며 "시장의 대다수가 대비할 시간 없이 급격한 변화를 맞을 경우,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이 속출하며 임차인의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전세보증 강화라는 정책 방향은 공감하지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긴 호흡을 갖고 정책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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