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위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을 발표한 HD현대그룹의 노동조합이 2일 합병에 반대한다며 파업에 나섰다.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임금·근로조건에서 구조조정과 사업 통폐합 등으로 확대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노조 파업의 빌미를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협력의 핵심인 마스가 프로젝트가 정부·여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의 벽에 막힌 셈이다.
건설노조는 SK에코플랜트를 상대로 협력업체 노조원을 직접 채용하라며 SK그룹 본사 앞 시위를 예고하는 등 노란봉투법을 악용한 노조의 실력 행사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노조는 이날부터 4일까지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3사 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2일과 3일 오후에 하루 4시간, 4일에는 7시간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노조는 파업 이유로 지난달 27일 발표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결정을 들었다. 노조는 “전격적인 합병을 두고 노조에 일언반구도 없었던 건 유감”이라며 “합병 관련 세부 자료와 고용 보장 방안을 즉각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노란봉투법에 명시된 것과 같이 경영상 주요 결정을 노조에 미리 알리거나 함께 결정하지 않아 파업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기존 임금·근로조건 중심에서 구조조정, 정리해고, 사업 통폐합 등 근로 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으로 확대했다. 3사 노조는 다음달 추가적인 공동 파업도 예고했다.
HD현대는 파업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미포를 ‘마스가 중심 조선소’로 탈바꿈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한 것”이라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슈퍼사이클 덕분에 인력이 부족해 구조조정할 이유가 없다”며 “합병 반대를 이유로 임금 인상 등 이득을 취하기 위해 파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을 악용한 건설노조의 투쟁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조 수원 남부지부는 오는 20일까지 서울 서린동 SK서린빌딩 앞에서 시위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SK에코플랜트가 짓고 있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에서 협력업체가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을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에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을 근거로 시위에 나선 것이다. SK에코플랜트 측은 “수많은 개별 협력사의 고용 등에 원청이 개입하는 건 명백한 경영 간섭”이라고 반박했다.
건설노조는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총력투쟁도 예고했다. 17일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절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튿날 총파업을 선포하기로 했다. 총파업과 노사 갈등이 ‘건설현장 셧다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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