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인터넷과 정보기술(IT) 산업이 급성장하고 저금리로 대출과 소비가 활발하던 경기 호황기는 ‘웰빙’ 열풍이 불며 ‘잘 먹고 잘사는 것’을 고민하던 때였다. 지금 우리가 못 먹고 못 산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2년간의 고된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국가 간 분쟁이 지속되고, 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지쳐서 뉴스와 SNS를 보는 것조차 짜증 난다고 말한다.지금 우리에게는 회복과 치유가 절실하다. 사실 ‘힐링’은 웰빙, 욜로(YOLO), 소확행처럼 이름과 방식을 바꿔가며 어느 시대에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한 삶, 더 원만한 관계로 채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힐링 섭취’가 필요하다.
상황이 이러니 구청장으로서 내 집 앞에서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일은 현시점에서 더욱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명이다. 벤처·창업도시라는 미래 먹거리 산업도 발굴하고 있지만, 결국 힐링할 수 있는 일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돼야 머물고 싶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서울의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4.6㎡라고 한다. 밀도 높은 건물, 차로 가득 찬 도로, 쉴 틈 없는 일상 속에서 잠시 눈을 감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이 1.5평에도 못 미치다니! 지역 곳곳에 힐링 인프라를 심고, 자연과 함께 힐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공원여가국을 신설해 ‘힐링·정원 도시’ 조성을 시작한 이유다. 공원여가국은 요즘 매우 바쁘다. ‘관악산공원 24 프로젝트’로 관악산 자락 24개 근린공원을 재정비해 주민들이 언제든 도심 속 자연과 여가문화를 누릴 수 있는 테마공원을 만들고 있다. 접근성 좋은 산책로에 맨발로 걷는 황톳길도 12곳 조성했다. 계절별 화초류를 즐길 수 있도록 띠녹지와 도시 정원을 관리하는 일은 기본이다. 2027년이면 서울 남부권 최초의 자연 휴양림이 관악산에 들어선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 휴양시설에서 ‘숲캉스’를 즐길 날이 머지않으니 당장 관악구 주민인 나부터도 설렌다.
최근 한 학부모로부터 “집 앞 어린이공원에 물놀이장을 마련해주셔서 애들이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는 웃음기 어린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힐링·정원 도시가 수치화된 성과를 가져다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긴장과 경직, 갈등으로 점철된 우리 삶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살기 좋은 사회로 가는 혈을 뚫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괴물 같은 무더위로 한껏 지쳐 회복이 필요하다면, 오는 13일(토요일) 저녁 관악산에서 열리는 ‘밤하늘 영화제’를 보러 오시라. 어느덧 선선해진 밤공기 속 소중한 사람들과 편안한 의자에 기대앉아 여유롭게 영화를 본다는 상상만으로도 코끝이 찡해지는 늦여름 밤, 힐링의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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