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대 중반 국내 증권시장이 생긴 뒤 70년 넘게 이어져 온 증권사 사업 모델이 크게 바뀌고 있다. 투자은행(IB) 부문이 최대 수익원으로 급부상하고, 줄곧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은 뒤로 밀리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증권사 순영업수익에서 IB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1%로 집계됐다. 위탁매매 부문 수익 비중인 37%에 바짝 다가섰다.
IB 부문 수익은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각종 딜을 주선해 받는 IB 수수료와 관련 딜에 직접 투자해 돈을 버는 운용수익으로 구성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증권사의 IB 수익 비중은 위탁매매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2014년 증권사들은 전체 수익의 41%를 위탁매매에서 냈다. 당시 IB 수익은 12%에 불과했다.
IB 사업은 위탁매매 부문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풍부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관련 사업을 대폭 강화하면서다. 단순 수수료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대형 딜을 주선하거나 직접 투자해 수익을 끌어올렸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4분기나 늦어도 내년에는 증권사 전체의 IB 수익 비중이 위탁매매를 추월할 것으로 본다.
일부 대형 증권사에선 IB 부문이 이미 최대 수익원이다. 한투증권의 상반기 수익에서 IB가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달했다. 반면 매년 30%를 웃돌던 위탁매매 비중은 23%로 쪼그라들었다. NH투자증권도 상반기 위탁매매 부문에서 2282억원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지만 IB 부문에선 3343억원을 벌어들였다.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익 비중은 계속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식 투자자가 늘었지만 온라인 거래가 확산하는 데다 수수료율도 뒷걸음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간 경쟁이 격화해서다. IB 부문에선 부동산 금융이나 해외 인프라 투자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은행 대출에 의존하던 기업들도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 조달에 나서면서 IB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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