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임금체불을 ‘임금 절도’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근절 대책을 내놨다. 근로감독 등 처벌 강화가 중심이던 기존 대책과 달리 하도급 단계에서 임금 지급 구조를 재설계하고 영세사업장까지 퇴직연금 의무화를 확대하는 등 체불 발생 여지를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혔다. 임금체불 규모가 지난해 처음 2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자 정부가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에 따르면 임금체불 규모는 지난해 2조488억원으로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에도 1조10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해 6월 기준 역대 최대 금액을 경신했다. 2020년 이후 체불 규모가 다소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2023년 건설업 경기 부진 등을 계기로 체불 규모 증가 추세로 전환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임금체불을 구조적으로 근절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먼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다단계 하도급이 일반화된 건설·조선업을 중심으로 ‘임금 구분 지급제’를 도입한다. ‘인건비’를 반드시 별도 항목으로 표시해 하청 업체가 임금을 먼저 지급해야 나머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일부 공공사업에서 운영되는 발주자 직접 지급 제도(전자대금지급시스템)도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대를 추진한다. 발주 사업주가 하청 인건비는 제3자인 금융기관 전자시스템을 통해 지급하도록 의무화해 원청의 하청 인건비 가로채기를 사전 차단하는 제도다.
전체 체불액의 40%를 차지하는 퇴직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퇴직연금 의무화’도 추진한다. 퇴직연금은 퇴직 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퇴직금과 달리 사업주가 퇴직금을 사외 금융기관에 미리 적립해 두는 제도여서 체불 가능성이 줄어든다. 전체 체불액 중 30%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퇴직연금 납부를 의무화해야 실효성이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다만 영세사업장은 매월 퇴직연금 비용을 부담해야 해 재무적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 조건도 ‘3년 이내 2회 이상 유죄 확정’에서 1회 이상으로 확대하며, 명단 공개 사업주에겐 금융기관 대출 심사 등 금융 거래 시 불이익을 주는 신용 제재도 병행한다. 명단 공개 사업주가 재차 체불을 저지르면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제외해 피해 근로자가 처벌 의사를 철회해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다. 또 과태료나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를 병행해 체불 임금 변제 압박을 강화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체불 행위는 임금 절도이자 중대한 경제적 범죄라는 인식이 현장에 확실히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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