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월 정기국회에서 배임죄 폐지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지난달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2차 상법 개정안 등 ‘기업 옥죄기’ 법안의 잇따른 통과로 경제계 불만이 커지자 완급 조절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정기국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배임죄는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법을 2단계, 3단계로 나눠 추진하지 않겠다”며 “확실하게 매듭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권칠승 의원 역시 이날 발대식 후 기자들을 만나 “상법상 배임죄(특별배임죄)를 없애는 것엔 이견이 없다”며 “형법상 배임죄 역시 바꾸는 것에는 (의원들이) 다 동의했다”고 말했다.
형법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 처리자(회사 임원 등)가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해 본인(회사 등)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면 성립한다. 상법에서도 특별배임죄 조항을 통해 비슷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중복 입법 논란, 기준의 모호함에 따른 과잉 수사 등을 이유로 개정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10년간 한국과 일본의 연평균 배임죄 기소 현황을 집계한 결과 한국(965명)이 일본(31명)의 31.1배에 달했다. 국내 배임죄 기소율은 14.8%로 전체 사건(39.1%)에 비해 크게 낮았다. 고소·고발이 남용됐다는 의미다.
현재로선 특별배임죄 폐지와 함께 경영상 판단은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조문화하는 작업 등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권 의원은 “현재 배임죄 적용 범위는 자의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 판단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어떻게 법을 ‘슬림’하게 바꿀지를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만 민사책임은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명확히 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의 목표는 단순한 경제형벌 경감이 아니다”며 “형사와 민사 책임의 균형 잡힌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대식에 참여한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민사책임 강화를 위해 디스커버리제도(증거 개시), 징벌 배상, 집단 소송제가 완전히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대표는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대주주 양도세 기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자사주 소각 법안은 배임죄를 먼저 처리한 뒤 별도로 논의할 것인지 병행할 것인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대주주 기준에 대해선 조세 정상화와 자본시장 활성화 두 측면이 모두 중요하다”며 “당의 입장은 전달한 바 있고 정부가 합리적으로 결정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두고 정부안(10억원)이 아닌 현행(50억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통령실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이시은/최형창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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