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 리더십'이 지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민관을 가리지 않고 비상식적이라고 판단되는 사안을 즉시 꾸짖는 모습에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 리더십이 자칫 '줄 세우기' 행정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최근 질타는 부산 한 횟집의 해삼 바가지요금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부산에서 해삼을 어떻게 했다고 난리가 났더라"며 "바가지 씌우는 것을 어떻게 단속할 방법이 없냐"고 언급했다. 한 관광객이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해삼 한 접시에 7만원을 냈다는 사례를 거론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것을 그냥 방치할 일인가"라면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과 더불어 "이게 대통령이 나설 일인가"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달 30일 강원 강릉 가뭄 대책회의 유튜브 영상에 "행정 '만렙'(최고 수준) 대통령", "행정GPT를 속이려고 하네", "행정 천재 앞에서 대충 넘기려다 딱 걸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강릉시장이 원수 확보 비용 등 핵심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이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영상을 게시한 KTV 국민방송도 이 대통령의 얼굴 위에 "이 대통령 속 부글부글?", "대통령이 화났다?!", "예리하게 던진 질문", "오늘도 행동으로 증명하는 대통령" 등의 자막을 삽입했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 대통령의 행정 경험을 강조하고자 넣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는 산업 재해 사망 사고 근절을 강조하면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재 사고가) 줄어들지 않으면 진짜로 직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강도 높은 경고에 회의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또 이 대통령은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국방일보가 신문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취임사를 올리며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안 장관의 메시지를 누락해 편집한 것을 언급하면서 "장관 취임사를 편집해서 핵심 메시지를 빼버렸다던데, 기강을 잘 잡으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질타 이후 국방홍보원장은 직위에서 해제됐다.
민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는 새마을금고와 관련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관리·감독의 사각지대 같다"며 "말로만 그치지 않게 고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근로자 인명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선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건설 면허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민관을 가리지 않는 이 대통령의 질타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짧은 영상으로 확산하며 지지자들의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양태는 지지자를 비롯한 대중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효능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리더십이 자칫 민관이 이 대통령만 쳐다보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낳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경닷컴에 "이 대통령이 '내일이 아닌 오늘', '당장 추진하고 해법을 내라'는 데 강한 집착을 보인다. 리더십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나온다. 소년공 출신의 대통령이 노동자, 자영업자 등 서민에 대해 몰입하고 있고, 이런 상태가 질타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루 세끼 챙겨 먹는 게 힘들었던 과거의 삶에서부터 나오는 질타 리더십"이라고 했다.
다만 엄 소장은 "과하게 질타하고 깨알같이 지시하는 것은 당장 단기적인 효과는 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며 "대한민국 민관이 다 대통령만 바라보고 대통령 지시만 따라야 하는 줄 세우기 행정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은 큰 걸 보고, 오늘도 중요하지만, 내일도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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