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 여사를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사건의 공범으로 보고, 전 씨를 통해 통일교 측과 접촉한 구체적 정황들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3일 뉴스1이 입수한 김 여사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팀은 "김 여사가 전 씨와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통일교의 도움이 매우 컸다"며 "통일교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생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 하에 전 씨가 김 여사를 대신해 통일교를 접촉해 그와 같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는 "김 여사가 2022년 3월 30일 전 씨의 요청에 따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구속기소)에게 전화해 '전 씨가 전화를 주라고 했다',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한학자) 총재님 건강하시냐',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는 취지로 말하며 감사를 전했다"고 기재돼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전 씨가 김 여사를 비롯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 윤 전 대통령 주변 정치인들에 대한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 전 본부장이 김 여사에게 고가의 명품 가방과 목걸이 등을 선물해 친분을 형성하고 이후 전 씨와 김 여사, 윤 전 대통령 주변 정치인들을 통해 통일교의 각종 프로젝트나 행사와 관련해 대통령 직무에 속하는 각종 정책적 지원과 지지를 청탁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에 따르면 권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 22일 오전 통일교 건물을 방문해 한 총재를 만나 축하 인사를 받았고,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과 함께 서울 종로구 캠프 사무실에서 윤 전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윤 전 본부장에게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다"며 "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에게 '통일교 프로젝트인 제5 유엔사무국 설치 및 아프리카 유니언 행사 비용을 국가 ODA(공적개발원조) 방식으로 활용하게 해달라'는 등 통일교 각종 프로젝트와 행사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 답변을 듣는 등 약 1시간가량 접견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윤 전 대통령을 접견한 지 일주일 뒤인 2022년 3월 30일 외교부 외교안보분과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아프리카 ODA 2배 증액 목표 제시 등 신정부의 아프리카 외교 비전 발표 계획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ODA 규모를 2030년까지 1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1월 11일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를 방문했고, 같은 해 12월 9일 '한-캄 우정의 다리 사업' 관련 EDCF 차관 지원이 승인됐다.
이 사업의 2023년 예산은 약 2억 원이었으나, 이후 2024년 약 50억 원, 2025년 약 588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5월에는 캄보디아 EDCF 차관지원 한도액이 2020~2026년 15억 달러에서 2022~2030년 30억 달러로 증액됐다.
김 여사는 2022년 11월 케냐 영부인과의 환담 과정에서 '아프리카 새마을운동'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 여사는 전 씨를 통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총 8000만 원 상당의 고가 목걸이와 명품 가방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4월 7일 전 씨에게 802만 원 상당 샤넬 백 1개와 액수 불상의 천수삼농축차 1개를 건넸고, 전 씨는 같은 달 23일 김 여사에게 비밀리에 통일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으며 30일에는 윤 전 본부장의 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청탁 관련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했다.
윤 전 본부장은 같은 해 7월 5일 전 씨를 만나 '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지원 등 윤 전 대통령 직무 관련해 통일교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와 행사에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 예산, 인사를 지원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271만 원 상당 샤넬 백과 액수 불상의 천수삼농축차를 건넸으며, 김 여사가 이를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2022년 7월 15일 전 씨 요청에 따라 윤 전 본부장에게 전화해 두 차례 샤넬 백과 천수삼농축차 제공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 말을 했다"고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은 같은 달 29일 서울 광진구 한 호텔 식당에서 전 씨에게 '통일교 추진 국제행사인 서밋 2022 & 리더십 콘퍼런스에 아프리카 청년부 장관들이 방문한 데 교육부 장관이 예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6220만 원 상당 그라프사 다이아몬드 목걸이 1개를 건넸으며, 김 여사가 이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전 씨와 공모해 대통령 등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총 3회 걸쳐 합계 8239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김 여사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알선수재)를 적용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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