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은 3일 벤츠 미국 공장과 유럽 공장에 각각 75기가와트시(GWh), 32GWh 규모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계약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현재 가격을 고려할 때 15조원으로 추정했다. 유럽에선 2028년부터 2035년까지, 미국에선 2029년부터 2037년까지 배터리를 공급한다.
벤츠에 납품하는 배터리는 46시리즈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21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크기를 대폭 키운 이 제품은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 중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은 프리미엄 삼원계 배터리로 통한다.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21시리즈보다 20% 이상 높은 데다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 기술 장벽이 높은 까닭에 현재 양산 기술을 확보한 업체는 LG 한 곳인 것으로 전해졌다. LG는 미국 애리조나와 폴란드에 46시리즈 공장을 짓고 있다.
벤츠가 2028년부터 8~9년에 걸쳐 최대 200만 대에 장착할 수 있는 배터리를 LG에서 구입했다는 건 향후 생산할 프리미엄 전기차 대부분에 LG 배터리를 적용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벤츠의 올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이 7만5000대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가 중국 CATL 배터리도 고려했지만 ‘프리미엄 차량에는 프리미엄 배터리가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해 LG의 46시리즈를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시장의 선택은 달랐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도 46시리즈 양산 기술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를 내세워 세계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중국에 맞설 방법은 앞선 기술력을 활용해 프리미엄 시장을 잡는 것”이라며 “LG가 46시리즈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당분간 프리미엄 배터리 시장의 주인공은 46시리즈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SDI와 SK온도 46시리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 타자는 2030년 이후 나올 전고체 배터리다. 46시리즈가 기존 삼원계 배터리 형태를 바꾼 ‘폼팩터 혁신’이라면 전고체는 아예 배터리 내부의 화학 성분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신개념 제품이다. 에너지 밀도가 50% 이상 높은 데다 화재 발생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게 강점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에서 중국을 압도하기 위해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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