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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사생활 훔쳐보는 로봇청소기

입력 2025-09-03 17:44   수정 2025-09-04 00:09

요즘 해외 해킹 사이트에는 한국 가정집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수시로 올라온다. 헬스클럽 탈의실 같은 공공장소 영상도 적잖다. 한국 IP캠(인터넷 프로토콜 카메라) 중 상당수가 해커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최근엔 국내 IP캠 중 1만8184개가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는 상태로 방치돼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IP캠은 가정용 CCTV, 인공지능(AI) 스피커, 노트북, 로봇청소기 등 다양한 기기에 달려 있다.

해킹에 따른 사생활 노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전자제품을 구동하는 사물인터넷(IoT) 제품이 대중화한 10여 년 전부터 각국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해킹된 사생활 영상 4500개가 무더기로 유포되는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해킹 사고가 자주 일어나다 보니 IoT 기기에 달린 카메라를 막아버리는 사용자까지 생겼다. 포털 사이트에서 ‘카메라 가리는 스티커’를 입력하면 상품 수백 개가 검색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해킹 시도가 계속 늘고 있다. 특수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에서 ‘웜GPT’ ‘프로드GPT’ 같은 AI 서비스를 활용하면 코딩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해킹 도구를 만들 수 있다. SK텔레콤, 롯데카드 등 주요 대기업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해킹 기술 대중화, 고도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그제 중국산 로봇청소기 브랜드인 드리미, 에코백스, 나르왈 제품이 보안에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사용자 인증 절차가 없거나 부실해 집 내부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해킹 사고를 줄이려면 소비자 경고만으론 부족해 보인다. 깐깐한 기준을 충족한 제품만 시장에 유통되도록 보안과 관련 법령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개개인도 조심해야 한다. 비밀번호를 복잡하게 설정하고, 외부 접속 기록을 수시로 확인하는 정도의 주의는 기울여야 한다.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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