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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가 연세대? 명예교수의 마지막 선택…'노블레스 오블리주' 빛났다

입력 2025-09-03 21:04   수정 2025-09-03 21:05


지인의 부고장에 적힌 장지가 선산이나 묘지, 추모공원이 아니라 '대학교'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최근 별세한 신영오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명예교수는 장지로 '연세대학교'를 선택해 마지막까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신 명예교수는 지난달 22일 향년 85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재산 대부분을 기부했을 뿐 아니라, 자기 몸마저 의대 교육용으로 내놓으며 삶의 마지막까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회 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했다.

연세대와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평생 살아온 연세대 인근 염리동 집과 부지를 학교 및 대한성서공회에 나눠 신탁 기부했다.

처음 기부 의사를 밝힌 것은 2015년. 당시만 해도 추정 가치 70억원이던 부동산은 현재 200억원대에 달한다. 고인은 또 사후 시신까지 연세대 의대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했다. 시신 기증 서약에는 고인의 아내도 동참했다.

해부학 실습에 쓰이는 시신은 의대생들에게 생명 존중과 의사로서의 첫 사명을 일깨워 '무명의 스승'으로 불리는데, 고인의 선택이 새내기 의사들에게 전하는 '최후의 강의'가 된 셈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고인은 늘 자식들에게 '교육해주는 것 말고는 물려줄 게 없다'고 말했었고, 가족 모두 고인의 의사를 존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평소 철학이 기부와 기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고인은 생전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에 지인들조차 부고장에 적힌 장지 '연세대학교'를 보고서야 시신 기증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연세대의 한 동료 교수는 연합뉴스에 "고인의 장지는 흙이 아닌 교육의 현장이었다. 그의 삶은 개인을 넘어 사회를 밝히는 등불로 다시 타올랐다"고 전했다.

연세대는 집을 기부한 뒤 마땅한 거처가 없어진 고인의 아내에게 교내 고급 기숙사인 '에비슨하우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 명예교수는 1961년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토양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시간주립대 연구원을 거쳐 1973년 귀국해 연세대 이과대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농업개발원 원장을 맡았다.

연세대 농업개발원은 현 연세유업의 전신으로, 고인은 당시 낙후된 국내 낙농 현장에 우유 대중화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국내 토양 분류체계를 새롭게 확립하고, 30여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는 등 토양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크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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