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2·9 사회협약’에 참여하면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에 합류했다. 하지만 1년 뒤 정리해고제 도입 등에 반발하며 합의 파기를 선언한 후 사회적 대화 기구엔 일절 발을 들이지 않았다. ‘친노동’을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도 민주노총은 “정부 측 들러리가 될 수 없다”며 대화 참여를 거부했다. 법에 의거해 운영되는 공식적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엔 한국노동조합총연맹만 참여해왔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대신 국회 주도 대화 기구를 선택한 건 친노동 정책 입법화에 국회가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일각의 신중론 속에서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노총의 한 핵심 간부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에서 중앙집행위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화 복귀 안건을 위원장 직권으로 상정했다”며 “민주당 강경파가 친노조 입법을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주도의 사회적 대화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공들이는 대화 기구다. 한국노총·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노사 주체가 참여 중인 가운데 민주노총까지 합류하자 주요 노동 관련 입법 과제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사회보험 및 안전망 확대(노동계 제안)와 첨단 신산업 경쟁력 강화(경영계 제안) 등 두 가지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의제별로 사회적 대화 협의체가 두세 개 정도 가동되고 있다”며 “앞으로 입법 과정에 법적 기구인 경사노위와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사가 각각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는 현재 상황에선 제도 개선 논의의 장을 국회로 바꾸더라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해 노사가 먼저 냉철하게 판단해야 사회적 대화가 생산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