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직접 발로 뛴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잡히는 대로 계획을 잡아서 가까운 동남아와 미국에서부터 사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사진)는 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TBK(The Born Korea)’ 글로벌 B2B(기업간 거래) 소스 론칭 시연회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는 “1970∼1980년대 우리나라의 중흥을 이끈 종합상사를 모델로 삼고 싶다”며 “당시 많은 선배님이 보따리 하나 짊어지고 해외로 가서 직접 상품 홍보하고 판매해서 시장을 개척했듯이 저도 우리 소스 통을 등에 짊어지고 해외에 가서 홍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본코리아는 이날 해외 시장을 겨냥한 소스 사업을 본격화했다. 백 대표는 ‘글로벌 영업 선봉장’을 자처하며 직접 발로 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으로 해외 순방을 통해 소스 시연회를 열고 현지 셰프 및 바이어와의 접점을 넓히며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날 첫 선을 보인 TBK 소스는 ‘맛의 시작, 더본’이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의 진정성 있는 일상의 맛을 담아 전 세계인과 맛있는 경험을 나눈다는 콘셉트로 기획한 제품이다. 제품 패키지에 QR코드 레시피를 도입해 현지 조리사들이 다양한 한식 메뉴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양념치킨소스 △매콤볶음소스 △간장볶음소스 △된장찌개소스 △김치양념분말 △떡볶이소스 △장아찌간장소스 등 7종을 먼저 출시하고 연내 △쌈장소스 △매콤찌개소스 △LA갈비소스 △짜장소스 등 4종을 추가해 총 11종의 라인업을 완성할 예정이다.
더본코리아는 K소스 시장이 가진 잠재력에 주목해 이번 사업을 시작했다. 백 대표는 “현재 국내 식품 기업과 프랜차이즈 기업은 주로 자사 브랜드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영업이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형 소스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는데도 (K푸드 시장은) 연평균 7.2% 성장하고 있다”라며 “이 외의 시장은 더 어마어마하고 잠재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소스의 메뉴 확장성과 ‘원스톱’ 시스템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소스 하나로 누구나 쉽게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했고 제품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레시피 영상이 제공돼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라며 “제품을 바로 카트에 담아서 주문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QR코드를 통해 제품의 기본 정보와 레시피를 확인할 수 있으며 상품 페이지와도 연동돼 구매와 문의가 가능하도록 있도록 구성됐다.
그는 이달부터 미국과 유럽, 대만, 중국 등을 방문해 직접 소스 시연회를 열 계획. 구체적으로 미국에서는 동·서부 시장 테스트와 현지 유통사를 대상으로 사업 제안을 진행하고, 유럽에서는 대형 한식 레스토랑을 위주로 공략에 나선다. 중국에서는 현지 기업과 병원 등을 대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더본코리아는 TBK 소스 출시와 함께 새로운 해외사업 모델인 ‘글로벌 푸드 컨설팅’도 본격화한다. 해당 사업은 회사가 독자 개발한 소스를 기반으로 전 세계 각국의 현지 환경에 적합한 조리 방식과 레시피를 제안하는 B2B 형태의 사업이다. 기존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형태의 완제품 수출이나 프랜차이즈 중심의 해외 진출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컨설팅 사업을 병행해 차별화된 글로벌 영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백 대표는 이 같은 글로벌 진출 확장을 통해 2030년까지 해외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은 목표”라며 “내년까지는 준비기간으로 잡고 2028년부터 탄력을 받아 2030년에는 최소 1000억원 이상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해외에서 한식 브랜드를 만들어 가맹사업을 하려는 수요가 굉장히 많지만 외국에서 한식을 만들기 위해 간장, 고추장 등 양념을 구매해서 배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맛을 균일하게 낼 수 있는 소스를 납품하고 그 소스를 활용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주는 건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얘기했다.
더본코리아의 해외 사업 행보는 최근 이어진 기업 관련 악재와 무관하지 않다. 회사는 올 초 ‘빽햄’ 가격 논란을 시작으로 농지법 위반, 원산지 표기 의혹 등에 휩싸이며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백 대표는 전면 쇄신을 선언하며 신뢰 회복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연결기준 올 상반기 약 1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약 2212억원에서 약 1850억원으로 16% 쪼그라들었다.이 같은 상황 속에서 더본코리아의 글로벌 시장 공략은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현재 더본코리아의 매출 대부분은 가맹사업에서 발생한다. 실제 올 상반기 매출 1850억원 중 1590억원이 가맹사업에서 나왔다.
문제는 내수 중심의 프랜차이즈 구조는 성장성에 한계가 따른다는 점. 경기 침체와 인건비·원재료 가격 상승 등 신규 출점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맹사업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장기적인 성장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올 상반기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산하 브랜드 25개 중 13개 브랜드의 가맹점 수가 감소했다.
이에 해외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레시피와 컨설팅을 결합한 B2B 유통 모델을 확장해 안정적인 매출 기반과 장기적 성장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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