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인민복 대신 양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행사는 김 위원장의 첫 다자외교 무대였으며,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상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9시 18분쯤 김 위원장은 전용 열차로 공수된 검은색 벤츠 마이바흐 방탄 리무진을 타고 베이징 고궁박물관 돤먼(端門)에 도착했다.
번호판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북한이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로 기리는 정전협정 체결일(1953년 7월 27일)을 상징하는 '7·27 1953' 번호판을 단 차량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흰 셔츠에 검은 정장, 금색 혹은 연한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시 주석의 왼편에서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푸틴 대통령과도 웃으며 교류하는 등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시 주석이 중국 노병들과 악수하자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도 함께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포착됐다.
천안문 망루에 오를 때도 시 주석을 뒤따라 푸틴 대통령, 김 위원장 순으로 입장했으며, 본행사에서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좌우에 각각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서는 상징적 장면이 연출됐다.
이는 북·중·러 정상이 공식 석상에서 한자리에 모인 첫 사례로,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반서방 연대'의 메시지를 부각했다.
김 위원장은 다른 국가 정상과도 교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열병식 전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짧게 대화를 나눴고, 방북 초청 의사도 전달했다.
눈길을 끈 것은 그의 복장 변화였다. 지난 1일 중국으로 출발할 당시에는 전통 인민복 차림이었으나, 베이징 도착 이후 흰 셔츠에 검은 양복, 붉은색 또는 금색 넥타이로 차림을 바꿨다.
이는 국제무대에서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의 '통일된'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검은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를 맸고, 시 주석은 짙은 회색 중산복을 착용했다.
북한 지도자들의 전통적 공식 복장은 인민복이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국내외 주요 행사와 해외 방문 때 주로 인민복을 착용했으며, 김정일은 2000년·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인민복 차림이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2018~2019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 때 모두 인민복을 입고 등장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처음 양복 차림으로 대외 활동을 시작했고, 2023년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검은색 정장과 줄무늬 넥타이를 매며 처음으로 '넥타이 외교'를 펼쳤다.
이번 베이징 전승절 행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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