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행위 수가가 대폭 인상됐지만, 전체 진료비에서 필수의료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적 보상만으로는 무너져가는 필수의료 생태계를 복원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진료비에서 필수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점유율)은 2022년 20.9%에서 2023년 19.3%, 작년 19.2%로 꾸준히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19.8%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20%를 밑돌고 있다.
의대 광풍 속에 정작 필수 의료 인력이 감소하는 현실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수가 현실화'를 주장해왔다. 일은 힘들지만, 보수는 그만큼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 이후 수가 상승이 이어졌다.
대동맥박리 수술은 2023년 신설 당시 7만점대에서 올해 9만점 이상으로 상향됐고, 뇌동맥류 수술(복잡·파열)은 올해 신설 시 5만6000점 이상으로 책정됐다.
개별 행위별로 정해지는 '상대가치점수'에 환산지수를 곱하면 건강보험 재정에서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의료 수가(酬價·의료 서비스 대가)가 결정된다. 상대가치점수 상승에 따라 고위험·고난도 수술의 수가가 개선됐지만, 전체 진료비에서 필수의료 비중이 줄어든 것은 의료현장의 체감도와 정책 효과 간 차이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술 등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보상은 늘었지만, 전체적인 진료비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환자들마저 발길이 끊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필수의료의 근간인 소아청소년과의 연간 환자 수는 2016년 605만 명에서 올해 상반기 394만 명 수준으로 3분의 1 이상이 감소했다. 분만을 책임지는 산부인과 역시 같은 기간 604만 명이던 연간 환자 수가 올해 상반기 436만 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저출생 현상을 감안해도, 진료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자가 줄면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정작 아이가 산모가 위급할 때 갈 곳이 없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이 때문에 재정적 보상뿐 아니라 고된 업무 강도, 잦은 의료 소송의 위험, 24시간 응급 상황에 대한 부담감 등은 단순히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미애 의원은 "정부가 뒤늦게 상대가치점수를 올렸지만 필수의료 분야는 여전히 저수가 구조와 인력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수가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며 지역 가산 강화, 필수과 전공의 유인책, 응급·소아과 공백 해소 등 종합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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